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기술력과 시장 점유율을 놓고 서로 ‘업계 1위’라고 주장하며 신경전까지 벌이고 있다.
31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0%, 삼성전자가 40%, 마이크론이 10%였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 지표가 실제와 다르다고 판단하고 있다. 내부 자료를 바탕으로 삼성전자가 ‘HBM 시장 1위’라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은 지난 5일 임직원 대상 행사에서 “삼성전자의 HBM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50% 이상”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점유율이 과반이라는 건 업계 1위라는 걸 에둘러 말한 것으로 보인다. 27일 열린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도 삼성전자 관계자는 “HBM 시장 선두 업체로 HBM2(2세대)를 주요 고객사에 독점 공급했다”며 “후속으로 HBM2E(3세대) 제품 사업을 원활히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경 사장의 발언 소식이 전해지자 곧장 반격에 나섰다. 박명수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부사장)은 26일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초기부터 오랜 기간 경험과 기술 경쟁력을 축적해왔다”며 “이 같은 강점을 바탕으로 시장 선두를 계속해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선두 업체라는 걸 전제로 한 발언이다.
두 회사의 신경전은 4세대 제품인 HBM3로도 번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HBM3 양산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이보다 늦은 올해 말께 양산에 들어갈 전망이다.
HBM3 최대 고객사인 미국 엔비디아·AMD를 놓고 벌이는 수주전도 치열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서로 고객사를 선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콘퍼런스콜에서 “HBM3는 업계 최고 수준의 성능·용량으로 고객 주문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명수 부사장도 “고객의 반응을 종합해보면 ‘타임투마켓(Time-to-Market·신제품 출시 시점)’, 제품 완성도, 양산 품질 등에서 SK하이닉스가 가장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년 HBM 생산량을 올해 대비 2배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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