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01일 08:0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공무원연금은 앞으로 대체투자 규모를 점진적으로 늘리면서 다변화 작업을 지속할 계획입니다. 대체투자 다변화의 일환으로 외부 기관과의 코인베스트먼트(Co-investment·공동 투자) 발굴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백주현 공무원연금공단 자금운용단장(CIO·사진)은 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체투자는 대표적인 시딩(Seeding) 투자자산으로 전통자산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며 “중장기 관점에서 우량 자산을 선별해 적정한 가격에 ‘씨’를 뿌려놓고 성과를 착실히 관리해나가면 중장기적으로 의미 있는 ‘수확(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백 단장은 지난해 7월부터 6조2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3대 연기금인 공무원연금을 이끌고 있다. 1970년생인 그는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수출입은행에 입행했다. 미국 듀크대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은 이후 삼성생명에서 뉴욕투자법인을 거쳐 재무전략부장을 지내다 공무원연금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공무원연금에 입성한 이후 대체투자 등 자산군 다변화를 중점적으로 개선해나가고 있다. 자산 구성 중 비어있는 자산군을 발굴해 채워 나가는 중이다. 인프라, 세컨더리, 사모대출(PDF), 벤처캐피탈(VC)로 대체투자 자산군을 넓혔고 공동투자(Co-Investment) 펀드 등으로 다변화를 꾀할 예정이다.
국내 부동산 투자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공무원연금은 최근 KB자산운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삼성SDS타워에도 투자해 35%가량의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어(Core) 오피스 자산군에 이어 대출이나 주거형, 물류센터 등에도 투자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백 단장은 “대체투자 다변화 노력은 단기적인 관점의 수익 제고라기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수익력을 높이는 작업”이라며 “향후 시장 사이클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워 가능한 다양한 속성을 가진 자산에 분산 투자해 리스크를 일정 수준으로 통제하면서도 안정적이고 변동성 낮은 수익률을 수확할 수 있도록 ‘시딩 투자’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내외 사모펀드(PEF)나 해외 출자자(LP) 등과의 공동 투자 계획도 고민 중이다. 그간 공무원연금이 국내 PEF와 함께 투자에 나선 사례는 SK엔무브(옛 SK루브리컨츠) 프로젝트 펀드 투자가 유일하다. 공무원연금은 2021년 IMM크레딧앤솔루션이 조성한 프로젝트 펀드에 500억원가량을 출자했다. 백 단장은 “앞으로 비슷한 기회를 찾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며 “투자 기간이 일시에 집중되지 않도록 상품과 투자 일정을 세밀하게 디자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통자산 비중 하락 등으로 지난해 말 기준 공무원연금의 대체투자 비중은 36.9%까지 높아졌다. 향후 대체투자 적정 비중을 새로 검토해 지속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올 하반기 기금의 유동성, 수익성 목표와 연간 자금 유출입 규모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공무원연금 특성에 맞는 자산별 투자 비중을 찾을 방침이다.
백 단장은 “대체시장 또한 본격적으로 고금리, 고물가 영향을 받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있으나 대부분의 시장참여자가 움츠러드는 환경이 오히려 신규투자자에 우호적인 투자 환경을 제공한다”며 “각종 자산의 밸류에이션이 고점을 경신하던 탐욕의 ‘이지 머니(easy money)’ 시대가 오히려 더 위험한 투자환경이었고, 현재는 꾸준하게 국면별 완급 조절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면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공무원연금은 지난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이 동반 하락하는 상황에서 시장 전망을 반영한 중장기 자산 회수 계획을 수립, 집행하고 기동적 전술배분을 실시해 수익률 하락을 방어했다. 백 단장의 성과는 수익률로 이어졌다. 공무원연금 수익률은 지난해 ?4.4%로 국민연금(-8.22%)이나 사학연금(-7.75%)보다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선 6월까지 5.4% 수익률을 내는 중이다.
앞으로 해외주식의 경우 미국 등 선진국에 대한 관심을 키울 예정이다. 긴축 종료 기대감에 따라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백 단장은 “미국 등 선진국은 양호한 경기와 긴축 종료 기대로 상대적 강세 지속이 예상된다”며 “미·중 분쟁에 따른 생산 거점의 수혜가 예상되는 인도, AI(인공지능) 모멘텀과 반도체업종 턴어라운드가 기대되는 일부 신흥국에 대한 선별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채권 투자에 대해서는 “금리 방향성보다 기금의 안정적 수익 기반 확보를 위한 우량채권을 지속적으로 분할 매수할 계획”이라며 “다만 크레딧 채권은 경기 하락에 따른 신용스프레드 확대 우려가 있어 우량등급 채권을 선별 투자할 것”이라고 짚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