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으로 가장한 특별사법경찰관이 음식점에서 벌어지는 불법행위를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수사방식이 합법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는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식품위생법 제22조 제3항의 증표 및 서류 제시 의무는 행정조사를 하는 경우에만 적용되고, 범죄 수사를 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전북 전주에서 일반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사업장에 음향기기와 스크린 등을 설치해 손님들이 음악을 듣고 춤을 추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식품위생법은 일반음식점영업자는 음향시설을 갖추고 손님이 춤을 추는 것을 허용하는 영업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2심은 모두 A씨의 무죄를 선고했다. 특사경이 촬영한 이 사건 음식점 내부 동영상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해 증거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사건 수사에 앞서 A씨의 사업장에 관한 민원을 여러 차례 받은 전주시 완산구청은 전북도 특법사법경찰팀에 합동단속을 요청했다. 이에 특사경은 2020년 3월 6일 밤 해당 음식점에 손님으로 가장해 출입한 후 음식점 내에서 흥겨운 음악이 나오자 손님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는 모습을 촬영했다. 검사는 이 동영상을 공소사실의 주요 증거로 활용했다.
원심 재판부는 "음식점 등 영업소에 출입·검사·수거 등을 하려는 공무원은 그 권한을 표시하는 증표 및 조사 기간·범위 등이 기재된 서류를 제시하도록 식품위생법에서 규정하고 있다"며 "증거 동영상을 촬영할 당시 특사경은 증표 및 서류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특사경의 촬영 행위가 강제수사에 해당하므로 사전 또는 사후영장을 발부받아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수사에 앞서 서류 등을 제출하도록 한 식품위생법 규정이 "영업소에 출입해 식품 등 또는 영업시설 등에 대해 검사하거나, 식품 등의 무상 수거, 장부 또는 서류를 열람하는 등의 행정조사를 하려는 경우에 한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범죄 수사를 위해 음식점 등 영업소에 출입해 증거 수집 등 수사를 하는 경우에는 식품위생법이 정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영장 없이 현장을 촬영한 행위도 위법하지 않다고 봤다. 대법원은 "특사경은 범죄혐의가 포착된 상태에서 공개된 장소에서 통상적인 방법으로 출입해 사건 음식점 내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볼 수 있었던 손님들의 춤추는 모습을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식품위생법 제22조 제3항의 증표 및 서류 제시 의무가 식품위생법 제22조 제1항, 제2항의 행정조사를 하는 경우에만 적용되고, 범죄 수사를 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아니함을 최초로 판시했다"고 밝혔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