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에도 소비 늘어
미 상무부는 이날 2분기 GDP를 발표하면서 소비 증대와 투자 환경 개선이 성장을 떠받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GDP 세부 항목을 뜯어보면 Fed가 유례없는 고금리 기조를 이어가는 상황에서도 미국인들의 소비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2분기 개인소비지출은 전분기보다 1.6% 증가했다. 1분기 4.2%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여전히 증가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미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2 수준인 만큼 소비 증가가 전체 경제 성장률을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기준금리가 22년 만에 최고 수준인 연 5.25~5.5%로 올랐는데도 소비가 줄지 않는 것은 뜨거운 노동시장의 영향이 크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7월 16∼22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2만1000건으로 집계됐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 2월 이후 5개월 만에 최저치다.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도 3.6%로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을 이어오고 있다.
○민간투자 급증
민간 투자 부문도 두드러졌다. 1분기에 전분기 대비 11.9% 급감했던 역내 총 민간투자는 2분기에 5.7% 증가하는 극적 반전을 보였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 영향 등으로 삼성전자와 TSMC, 인텔, 현대차 등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간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들 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출이 이어지면서 정부 지출과 총투자도 2.6% 늘었다.메타와 알파벳 등 빅테크들은 잇달아 호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는 2분기 매출이 320억달러(약 40조8000억원)로 전년 동기(288억달러) 대비 11% 증가하면서 주가도 4% 이상 올랐다. 매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건 2021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알파벳은 지난 2분기에 746억달러(약 95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727억5000만달러를 웃도는 실적이다. 순이익은 월가 예상치(169억달러)를 훌쩍 넘긴 184억달러로 집계됐다.
○자본 조달 수월해져
미국 기업들의 자본 조달 등 금융 여건이 대폭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빅테크의 예상 이상의 호실적이 주가 상승장을 이끄는 데다 채권 수익률은 하락(채권값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앤디 브레너 냇얼라이언스증권 글로벌채권책임자는 “현재 Fed가 당혹스러워야 할 정도로 조건이 완화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열풍은 올해 뉴욕증시를 강세장으로 이끌었다. S&P500지수는 현재까지 20%가량 상승했다. 기업들이 주식 발행을 통해 현금을 조달하기가 더 쉬워졌다는 의미다. 딜로직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기업공개를 통한 자금조달은 전년 대비 104% 증가했다.
회사채 시장의 투자 수요도 강하다. 정크본드 시장에서 신규 물량이 부족해 투자자들이 얼마 안 되는 신규 거래에 몰리고 있다. 정크본드 수익률과 국채 수익률의 격차(스프레드)는 작년 말 3.9%포인트에서 최근 0.9%포인트로 좁혀졌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차입을 위해 지급해야 하는 프리미엄이 작년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의미다.
뉴욕=박신영 특파원/김리안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