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 년 가뭄에는 살아도 석 달 장마에는 못 산다.’ 홍수, 큰물의 무서움 일깨우는 우리 속담이다. 산이 무너지고, 집·도로·농경지가 훼손됐다. 그보다도 수십 명 인명까지 앗아간 유난스러운 올해 장마에 더 실감 나는 말이다. 어제로 32일 장마가 끝났다는 기상청 공식 발표가 있었지만, 폭염 뒤엔 폭우를 동반하는 태풍 시즌이 기다린다.
예부터 나라의 주요 기능으로 치수(治水)를 먼저 꼽았다. ‘종합 물관리’로 보면 현대 국가라고 다를 바 없다. 온실 재배로 농업용수는 사계절 필요하고, 최상급 수질이 필수인 반도체 생산 공정을 비롯해 산업용수도 기하급수로 늘었다. 일과가 된 샤워, 수시로 돌리는 세탁기, 빼곡한 고층 건물들을 보면 생활용수 사용도 막대하다. 한국인의 1인당 수돗물 사용량이 중동 지역의 6배라는 통계도 있다. 독일보다 3배 이상 쓰는데 물값은 3분의 1이라는 비교도 있다. 강수도 장마 때는 집중돼 탈, 가뭄 때는 모자라서 난리다. 댐과 보를 만들어 강 활용도를 높여도 1년 내린 빗물의 28%가량만 활용할 뿐이다.
이번 장마는 댐의 중요성을 되돌아보게 했다. 특히 발전용인 괴산댐을 리모델링해 달라는 괴산군의 대정부 요청에 따라 다목적댐 기능이 재부각했다. 저수용량 초과로 월류가 심각했던 괴산댐에 홍수 조절 기능을 더하자면 댐 용량을 키우는 공사가 시급하다. 언제나 ‘환경 원리주의’ 극복이 난관이다.
다목적댐은 말 그대로 홍수 조절, 농업·공업용수 공급, 수력 발전, 상수원 확보를 위한 중요한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이다. 충주·횡성·소양강댐 등의 멋진 둘레길과 유람선을 보면 ‘관광레저’라는 목적도 이젠 공식화하고, 경제적 효과에 포함해도 좋겠다. 전국에 20개 다목적댐이 있지만 2000년 이후 건설된 것은 군위·김천부항·성덕·보현산·영주댐 등 소규모 5개뿐이다. 환경족의 가로막기와 특정 정권의 소극 행정 탓이다. 일본이 이 기간에 보를 포함해 230여 개를 세운 것과 비교된다.
홍수 막고 가뭄 예방하는 다목적댐을 늘려야 한다. 하천 바닥이 주변보다 더 높은 천정천을 제대로 준설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강 이용과 하천 관리를 교조적 환경론자들에게 끌려다녀선 안 된다. 소 더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허원순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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