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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기계부품硏, 2000억대 R&D거점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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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민간기업 13곳이 1억원을 출자해 세운 민간 연구원이 2000억원대 연구개발(R&D) 과제를 수행하는 중견 연구원으로 급성장해 주목받고 있다. 화제의 연구원은 대구성서산업단지에 자리 잡은 대구기계부품연구원(DMI·원장 송규호)이다. 제대로 된 부설연구소가 없어 R&D는 꿈도 꾸기 어려운 뿌리, 소재·부품 기업 현장의 애로 해결을 20여 년간 도운 것이 발판이 됐다.

DMI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수주한 R&D 과제 규모가 2007년 27억원(38개)에서 2020년 2217억원(199개)으로 100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25일 발표했다. 올 상반기 수주 금액은 133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30% 늘었다.

DMI의 출발은 초라했다. 2001년 한국OSG, 경창산업, 평화발레오 등 대구 대표기업 13개가 1억원을 출자해 세운 재단법인이었다. 당시 주된 임무는 R&D보다 시험 평가 분석이었다. 수도권까지 가야 하는 지역기업의 불편을 덜기 위해서였다. 기업과 동고동락하며 현장의 애로 해결 노하우를 축적해 연구원은 질적 성장을 이뤄냈다.

DMI가 최근 고속 성장한 비결은 이런 정책 소외기업의 애로를 해결해준 일명 ‘실핏줄 R&D’에 있다. 송규호 원장은 “작은 기업이 고민하는 문제는 주물 공정에 들어가는 모래의 혼합(입도)을 어떻게 조절하느냐, 프라이팬 하단을 어떻게 연마하느냐, 제품 모서리 각을 어떻게 정확하게 구현하느냐와 같은 것”이라며 “실핏줄 기업을 20여 년간 돕다 보니 전문성이 쌓여 몇 년 전부터는 쟁쟁한 연구원도 하지 못하는 정부 과제를 수주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2019년 일본 수출규제 파동으로 국내 산업계가 위기에 빠졌을 때는 정부가 엄선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혁신지원단 32개 가운데 정부 출연 연구원이 아닌 기관으로 유일하게 선정되며 전국을 놀라게 했다.

정부 출연 연구원도, 지자체가 출자 출연한 기관도 아닌 민간 연구원으로서 성공모델로 부상했다. 중견기업들도 탄탄한 뿌리 소재·부품기업 없이는 제조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워지자 DMI와의 협력을 늘렸다.

현장 중심의 R&D 지원과 과제 기획 노하우가 쌓이면서 굵직한 정부 과제 수주 비중도 커졌다. 지난해 신규과제 69건 가운데 10억원 미만 사업은 54건이고 10억~100억원 미만 12건, 100억원 이상 사업은 3건이다.

DMI는 대구의 미래산업인 로봇, 모빌리티, 에너지 관련 사업의 주관기관을 꿰차며 핵심연구원으로 떠올랐다. 특히 DMI가 수주한 정부 과제를 통해 지역기업이 역외기업과 협력하면서 지역 중소기업은 성장 모멘텀을, 역외기업은 대구 진출 계기를 만들었다.

송 원장은 “직원이 137명임에도 아직 구내식당이 없는 것은 임직원들이 기업 현장에 늘 함께하기 때문”이라며 “전체 직원의 70%가 석·박사급일 정도로 고급 인재를 지역에 머물게 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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