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연출가 이단지의 ‘발레의 열두 달’
아버지가 취해 있을까, 깨어 있을까
오늘은 아버지가 취해 있을까, 깨어 있을까. 매번 그녀는 집에 들어갔을 때 아버지가 깨어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하느님에게든 부처님에게든, 그 어떤 초월적인 존재에게든. 하지만 그 나무 아래에서의 상상은, 그러니까 조금 뒤 문을 열었을 때 아버지의 모습을 상상하면 늘 술에 취해 있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언제나 적중했다.소설가 김연수의 ‘듣는 소설’
정신병원 여성 환자들을 찍은 사진
홀로웨이 정신병원이 여성 환자들을 모아 찍은 사진을 보자. 이들 여성은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나 잠옷을 일상복으로 갈아입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사진은 외유 나온 일반 여성들이 즐거운 한때를 사진으로 남기기라도 한 듯한 모습을 ‘만들어’냈다. 타인과 교류하며 정상적 삶을 사는 사교적 여성들로 이미지를 조작한 셈이다.오범조 오경은의 ‘그림으로 보는 의학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