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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변동폭 확대 한 달…'도박판' 비판받는 이유[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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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30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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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내기주의 가격변동폭이 확대된 지 1개월이 지났다. 12개의 기업이 상장되는 동안 공모주 시장이 도박판이 됐다는 개인 투자자의 푸념은 끊이지 않고 있다. 당국은 거래가 활발해져 적정 가격에 도달하는 속도가 빨라졌다고 평했지만, 증권가는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금융당국은 상장일 가격변동폭을 확대하기로 했다. 가격 왜곡으로 인한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취지에서다. 이에 따라 지난달 26일부터 신규 상장종목의 가격변동폭은 공모가의 60~400%로 확대됐다. 기존에는 공모가의 90~200% 내에서 시초가를 결정하고 상·하한가(±30%)를 적용해 공모가의 63~260% 범위에서 움직일 수 있었다.

    제도 개선 후 공모주의 변동성이 커져 개인 투자자들은 투자하기 더 어려워졌다고 호소한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연합회 대표는 "상장 초 주가가 널뛸 때, 기관 투자자보다 단타에 서툰 개인은 고점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과거보다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특히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에서 뚜렷이 관측된다. 제도 변경 후 상장한 교보14호스팩은 첫날 장중에 공모가(2000원) 대비 299% 상승한 7980원까지 치솟았다가 681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팩은 합병 기업을 찾기 전까지는 주가가 크게 움직이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비상장기업의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할 뿐 별다른 경영활동을 펼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12일 상장한 DB금융스팩11호도 공모가보다 243% 높은 6860원까지 올랐다가 4435원에 마감했다. SK증권제9호스팩도 상장 당일 93% 급등했다가 다음 거래일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들의 주가는 공모가 수준으로 회귀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종목 토론방에 모여 불만을 쏟아냈다. 한 네티즌은 "400%로 확대돼 큰손들이 합법적으로 돈놀이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불평했다. 일부 투자자는 "경쟁률이 높아 공모주를 배정받기 더 힘들어졌다"며 "그렇다면 상장 첫날 투자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푸념했다. 제도 변경 후 일반청약을 받은 공모주 대부분은 수천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수요예측 단계부터 열기가 감지되고 있다. 상반기 기준 공모가가 희망 범위 상단을 초과한 경우는 전체의 26%로 직전 5개년 평균(24%)보다 높았다. 지난달 새 제도 시행 후 수요예측을 진행한 기업의 공모가는 파로스아이바이오를 제외하고 대부분 희망 범위 위에서 결정됐다. 높은 가격을 써낼수록 더 많은 공모주를 배정받을 수 있는 만큼 기관들이 앞다퉈 가격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스팩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모주가 일반 청약 과정에서 네 자릿수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선 새 제도의 가격 발견 기능에 주목했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제도 시행 초기 혼란은 있을 수 있지만, 기업공개(IPO) 시장의 가격 안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도 "일부 공모주의 경우 상장 당일 매우 높은 가격 변동성을 보였지만 제도 도입 목적인 가격 발견 기능은 잘 작동되고 있다"고 했다.

    거래소도 제도 변경 후 적정가격을 찾는 속도가 빨라졌다고 평했다. 거래소는 "상한가에 머무르는 일 없이 지속적이고 활발하게 가격 발견이 이뤄지고 있다"며 "가격제한폭이 확대되며 과거엔 2∼3일이 걸려 도달이 가능한 가격대를 지연 없이 상장 당일에 형성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거래소 설명처럼 급등한 신규 종목 매물을 일부 기관이 상장 첫날 싹쓸이하는 '상한가 굳히기'는 현재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과거 카카오게임즈·SK바이오팜 등 인기 공모주를 상장 첫날 쓸어 담은 '교보증권 광클맨'처럼 일부 소수 투자자가 빠른 속도로 대량 매수 주문을 내 '상한가 굳히기'를 시도하면 다수의 개인투자자는 거래 기회를 박탈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행 제도에선 공평하게 상장 첫날 거래 기회가 보장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공모주 시장이 과열되고 있는 상황에는 우려를 표했다. 오 연구원은 "공모주 수량은 한정돼있기에 공모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 과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과열은 공모주에 대한 고평가로 이어지고, 일부 고평가된 종목이 나오면 투자심리가 위축돼 공모주 시장이 재차 냉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연구원은 "최근 스팩 주가의 이상 급등, 공모희망가 대비 공모확정가의 강세 전환 등 시장이 과열되고 있는 신호는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투자자 스스로 합리적으로 판단해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짚었다.

    일부 전문가는 과열 현상은 일시적일 뿐 제도가 안착해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공모주가 일종의 테마주 같은 인식이 있는데, 이런 흐름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투기적 거래 수요가 공모주 시장에 계속 몰릴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도가 변경되기 전에도 주가가 널뛰는 종목은 있었다"며 "시장이 제도 변화에 익숙해지며 변동성이 완화되고, 가격 발견 기능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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