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 영업이익 감소가 두드러졌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크게 받는 저임금 근로자를 많이 채용한 업종일수록 경영 환경이 악화했다는 해석이다. 경영계가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을 요구해 온 14개 업종 중 5개 업종은 지난 5년간 매출이 늘었음에도 영업이익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업종은 늘어난 영업비용의 19.3%를 인건비가 차지하기도 했다.
돈 벌어도 인건비로 까먹은 업종들
23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한국노동연구원의 ‘최저임금 사업의 종류별 적용 관련 기초통계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14개 업종 중 12개 업종의 2015년 대비 2020년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계가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요구하는 업종들이다.이 중 기타 음식료품 위주 종합소매업과 한식 일반음식점업, 커피전문점, 주거용 부동산 관리업, 컴퓨터게임방 운영업(PC방) 등 5개 업종은 매출이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도리어 줄었다. 커피전문점은 늘어난 영업비용(8300만원) 중 19.3%인 1600만원이 인건비인 것으로 조사됐다. PC방은 전체 영업비용 증가분 1억400만원에서 인건비가 1400만원을 차지했다.
14개 업종 중 12개 업종은 2020년 기준 근로자 1인당 부가가치 생산액(노동생산성)이 전체 업종의 중위(5700만원) 미만에 속했다. 이 중 4개 업종은 하위 10%(1800만원)에 포함됐다. 그만큼 이들 업종 근로자의 노동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1인당 부가가치 생산액은 임차료, 영업이익, 인건비 등 총부가가치를 종업원 수로 나눠 계산한다.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하위 10%(1000만원) 미만에 2개 업종이 분포했다. 이어 하위 10% 이상 중위(2700만원) 미만에 10개, 중위 이상에 2개 업종이 속했다. 연구진은 보고서에 “통계청 서비스업 조사를 토대로 2017년과 2019년을 분석한 결과 대분류 사업체 기준 저임금 근로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업종에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적었다.
노동계 반발에 사실상 사문화
이번 연구는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화 논의를 위해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0월 연구용역을 맡기면서 시작됐다. 연구 대상은 경영계가 차등 적용을 요구하는 체인화 편의점업, 택시업, 커피전문점, 노래연습장 운영업 등 14개 업종이다. 연구진은 통계청 국세청 자료를 토대로 매출과 영업이익, 급여 등을 분석했다. 두 자료를 통합해 업종별로 적용한 뒤 효과를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는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때 참고 자료로 쓰였다.업종별 차등 적용은 올해도 물 건너갔다. 지난달 최저임금위 회의에서 이 안건이 찬성 11표, 반대 15표로 부결된 데 따른 것이다. 사용자위원들은 올해 최저임금 심의에서 체인화 편의점업, 택시운송업, 숙박·음식점업 등 3개 업종의 차등 적용을 요구했다. 숙박·음식점업은 세세분류상 호텔업, 휴양콘도, 기관 구내식당업을 제외하자는 구체적 안까지 제시됐다.
근로자위원들은 낙인효과가 우려된다며 강력히 반대했다. 연구진도 보고서에 이들 14개 업종의 경영 악화를 지적하면서도 “영업비용 증가 중 인건비 영향은 미미했다”고 적었다. 인건비보다 임차료 등 기타 비용의 증가가 영업비용 상승의 주된 원인이라는 이유에서다. 업종별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한 사례는 최저임금 제도가 처음 도입된 1988년 당시 한 차례뿐이다.
올해 최저임금 심의에 참여한 한 사용자위원은 보고서에 대해 “최근 5년간 14개 중 12개 업종에서 영업이익이 감소했고, 일부 업종은 인건비가 1000만원 넘게 오르는 등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았다”며 “업종별 차등 적용을 위한 유의미한 연구 결과가 도출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길성/곽용희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