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립 30주년을 맞은 광주과학기술원(GIST)이 광주·전남의 인공지능(AI) 분야 교육·연구를 선도하는 핵심 기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GIST는 그동안 구축해온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과 연구 기반 시설을 바탕으로 AI 인재 양성과 함께 다양한 분야에서 AI 기술을 개발하는 등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해냈다.
국내 첫 ‘AI 인재 양성 사다리’ 구축
GIST는 AI 인재를 체계적으로 키워 내는 ‘AI 인재 양성 사다리’를 구축해 AI 교육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섰다는 게 교육계의 평가다. 지금까지 AI 교육은 각 대학과 지방자치단체에서 개별적으로 이뤄졌을 뿐 국가 차원의 AI 인재 양성 체계는 전무했다.GIST는 이런 상황에서 전국 처음으로 AI 인재 양성 사다리 구축 방안을 제시했다. GIST는 2019년 AI대학원을 개원한 뒤 지난 2월 AI대학원 제1호 박사를 배출하는 등 결실을 내기 시작했다. 3월에는 AI영재학교 설립을 위한 기획연구에도 들어갔다. AI영재학교를 설립하면 고교부터 박사 과정까지 이어지는 교육 시스템을 완성할 수 있다. AI영재학교는 2027년 개교를 목표로 잡았다.
김종원 GIST AI대학원 원장은 “AI대학원에서는 교육과 연구에 머무르지 않고 실전형 AI 인재를 길러내 창업까지 연계하는 것이 목표”라며 “학생이 입학하자마자 창업을 독려한다”고 소개했다.
‘교육·연구·창업’의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는 AI대학원은 창업 과목과 인턴십이 의무다. 창업 실증 교육과 훈련에 필요한 ‘꿈꾸는 아이(AI) 플레이그라운드’ 인프라도 제공한다.
자율주행 등 AI 연구 성과 두드러져
GIST는 전문 교육 시스템을 토대로 AI 분야에서 두드러진 연구성과를 내고 있다. GIST의 성과는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대답하는 AI 개발 △이미지 처리 성능 높인 AI 기술 개발 △대형 산불 위험도 예측 AI 모델 개발 △치료제 개발을 위한 AI 항균성 예측 기술 개발 등을 들 수 있다.성과의 기반에는 GIST의 폭넓은 지원이 있었다. GIST가 최근 공개한 ‘AI 초고성능 컴퓨팅 공용인프라(이하 HPC-AI 공용 인프라)’는 그중 하나다. GIST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 시범 운영해온 HPC-AI 공용인프라를 4월부터 정식 운영하고 있다. 이 HPC-AI 공용인프라는 2022년 11월 기준으로 세계 슈퍼컴퓨터 중 178위, 국내 6위 규모로 등재됐다. 초거대 AI 인프라로 교육·연구용으로는 국내 최대다.
HPC-AI 공용인프라는 거대 규모 AI 학습이 필요한 국내 산학연을 대상으로 맞춤형 HPC-AI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활용된다. 기존 국내 GPU 인프라가 제공하기 힘든 초당 150기가바이트(GB) 이상의 속도로 데이터를 제공하면서 최상급 A100 GPU 320장을 통합해 하나로 활용하는 멀티-노드 HPC-AI 컴퓨팅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GIST 관계자는 “뇌 영상 데이터를 활용한 질병 예측과 위성영상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다”며 “AI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모델 학습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반도체 만드는 팹 구축
GIST는 올해부터 정부의 지역 공약사업인 ‘AI 반도체 특화단지 조성 사업’과 연계해 AI 반도체 인프라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차세대 AI 반도체 첨단공정 팹(반도체 수탁 생산)’ 구축이 그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광주광역시에서 지원받아 수행하는 총사업비 446억원의 대규모 사업으로, 클린룸과 강의실을 포함하는 3개 층 건물을 2026년까지 완공할 예정이다.GIST는 광주를 중심으로 반도체 후공정 산업의 저변을 늘리고 AI 반도체 기반 시설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궁극적으로는 AI산업 가치사슬 전반의 기술력을 향상해 지역 산업계와 동반 성장할 계획이다.
GIST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시스템 반도체 시장 규모는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며 “광주의 산업 기반과 GIST가 보유한 AI 역량을 더해 AI 반도체 첨단공정 팹을 구축하면 명실상부한 지역 혁신 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단계 사업을 앞둔 광주 AI 산업융합 집적 단지 조성 사업과 연계하면 팹의 활용도는 더 높아진다. AI 기반의 디자인을 수행한 뒤 이 팹에서 첨단공정을 진행하고 GIST 중앙연구기기센터 및 AI 반도체 실증센터와 대형 드라이빙 시뮬레이터에서 측정과 실증을 거치는 원스톱 생태계 구축이 가능해진다.
이 팹은 GIST뿐만 아니라 전남대, 조선대, 한국광기술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광주 지역 대학과 연구소가 공동 활용할 수 있는 시설로 운영된다. 광주시를 중심으로 대학과 연구소가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장비를 집적시켜 광주 지역 반도체 인력과 기술을 모을 수 있다.
임기철 GIST 총장은 “GIST가 지닌 교육 인프라와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AI 분야에서 국가적 리더로 우뚝 서게 될 것”이라며 “AI 연구를 선도하는 동시에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을 연계한 AI 연구 및 창업 역량을 높이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광주=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