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 21일 16:3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하반기 상장 대어로 꼽히는 SK에코플랜트가 메리츠증권을 대상으로 3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 발행을 추진한다. 교환 대상은 SK에코플랜트의 완전 자회사인 친환경 통합법인 주식이다. 친환경 통합법인에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려 했으나 기존 SK에코플랜트 주주의 '친환경 투자' 효과 희석 우려를 감안해 EB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3000억원 규모로 EB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EB 교환 대상은 폐기물 처리 7개 자회사 통합법인인 대원그린에너지 주식이다. 대원그린에너지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E&F프라이빗에쿼티로부터 2018년 인수해온 업체다. 그린환경기술, 이메디원, 디디에스, 도시환경, 제이에이그린 6곳이 오는 9월 대원그린에너지로 흡수합병된다.
이 통합 자회사는 PEF 운용사를 대상으로 최대 1조원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지분 40% 수준의 2대주주를 끌어들일 계획이었다. 통합 자회사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아 SK에코플랜트의 상장 때 몸값을 높이겠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자금 조달안은 기존주주들의 반감을 샀다. SK에코플랜트 투자 효과가 희석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는 작년 1조원 규모로 프리IPO를 진행해 다수의 투자자들을 유치했다. 한국투자증권과 글랜우드크레딧이 상환전환우선주(RCPS) 4000억원, 이음프라이빗에쿼티와 브레인자산운용 등이 전환우선주(CPS)와 구주에 6000억원을 투입했다.
SK에코플랜트 주주들은 회사가 친환경 자회사 지분을 100%가 아니라 60%만 가져가게 되면 주주가치가 희석이 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친환경은 성장산업으로 주목 받고 있는만큼 SK에코플랜트 주주들에게 중요한 테마다.
SK에코플랜트는 기존 건설사업에서 벗어나 '친환경'을 테마로 내걸어 불황을 맞고 있는 기존 건설회사와는 차별화된 기업가치를 인정 받으려고 하고 있다. 자회사들을 포함한 연결 기준 매출에서 여전히 건설 비중이 1분기 말 기준 62.4%에 달하지만 에너지(18.7%), 환경(18%) 등의 비중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친환경 사업의 성장성을 인정 받으면 SK에코플랜트의 기업가치가 최소 8조에서 최대 10조원까지도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통합 자회사 지분을 활용한 EB를 발행하면 당장 자회사 지분을 넘기는 것이 아니어서 주주가치 희석 우려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
SK에코플랜트 주주들은 EB 발행 조건에 주시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이 투자에 나서는만큼 전환조건이나 담보물 등이 기존 주주보다 신규 EB 투자자에 유리하게 발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메리츠증권은 롯데건설에 1조5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할 때도 깐깐한 조건을 바탕으로 했다.
메리츠증권은 작년 SK에코플랜트가 싱가포르 친환경 폐기물 처리업체 테스(TES)를 인수했을 때도 자금을 지원한 인연이 있다. 메리츠는 당시 인수대금 1조2000억원 가운데 4000억원을 투자해 44.8%를 갖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가 테스 때도 PEF 운용사를 파트너로 물색했다 난항을 겪자 금융기관으로 범위를 넓혀 결국 메리츠와 손을 잡게 됐다"며 "이번 친환경 자회사 투자유치도 비슷한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