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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박사들의 익명 혐오게시글, 누가 썼나 봤더니…'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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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학생 비중이 큰 대학교는 갈수록 형편없다"
"태국인이 대화하는 걸 들으면 고양이가 떼싸움을 벌이는 것 같다"

모두 미국의 최대 경제학자 구인·구직 플랫폼인 '이코노믹 잡 마켓 루머(EJMR)'에 올라온 게시글 중 일부다. 이같은 혐오 게시글의 출처가 스탠퍼드대학교를 비롯한 아이비리그 명문대학교에서 올라왔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보스턴대학교와 예일대의 공동 연구를 인용해 경제학자 구인 플랫폼인 '이코노믹 잡 마켓 루머(EJMR)'의 혐오 게시글의 대다수가 아이비리그 출신이 작성했다고 보도했다.

연구진은 지난 12년간 올라온 게시글 700만 건을 분석해서 66%가량의 작성자 위치를 파악했다.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접속한 사용자를 제외한 수치다. 이 내용을 담은 논문을 전미경제학회 포럼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전체 게시글의 10%가량인 70만건이 혐오 표현을 담은 '독성' 게시글이었다. 인종차별을 비롯해 여성혐오, 욕설 등이 담겨 있다. 작성자의 인터넷주소(IP주소)를 조회한 결과 스탠퍼드대가 독성 게시글의 2.98%를 차지했고, 컬럼비아대(2.68%), 시카고대(2.32%)가 뒤를 이었다. 대부분 세계 대학평가에서 10위권 안에 드는 곳이다.

독성 게시글 중 일부는 미 중앙은행(Fed) 직원이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Fed는 이 논문에 대해 논평하지 않았다. 연구진 중 한 명인 플로리안 에더러 보스턴대 교수는 "알려진 것보다 EMJR 영향력은 더 컸다"며 "하지만 분석 결과 경제학계를 비롯해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 고위층이 이곳에 게시글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EJMR은 2008년 경제학 박사학위 취득자들의 구인·구직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플랫폼이다. 취지와 달리 익명성으로 인해 온갖 혐오 콘텐츠가 게시판에 난무했다. 크리스티나 로머 전 전미경제학회장 겸 UC버클리대 교수는 이 플랫폼을 두고 "시궁창 같은 곳"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경제학계에선 수년간 이 플랫폼을 비판했지만, 최근 들어 가입자 수가 늘어났다.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사용자 수가 급증했다. 전미경제학회에선 이 플랫폼을 폐쇄하려 했지만, 게시자가 익명이라는 점과 운영자를 특정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번번이 실패했다.

일각에서는 EJMR이 일종의 카르텔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으로 소수자 차별에 나섰기 때문이다. 경제학계 고위층에 백인 남성이 주류를 차지하는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흑인 여성 최초로 Fed 이사로 임명된 리사 쿡을 두고 공화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때 공화당 지지자들이 쿡 이사를 대해 퍼트린 루머가 EJMR에서 나왔다는 설명이다.

에더러 교수는 "주류가 아닌 경제학자를 겨냥한 사이버 불링(온라인 괴롭힘) 대한 부담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특히 여성 경제학자는 커리어를 그만두고 싶어질 정도로 끈질기게 괴롭힌다"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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