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때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를 해체·개방하기로 한 결정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20일 나왔다. 보 해체의 경제성 분석은 제대로 된 과학적 검증 없이 두 달 만에 끝났다.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은 보 해체 결정을 주도한 평가단과 위원회를 4대강 사업 반대 시민단체가 좌지우지하도록 개입했다.
감사원은 이날 공개한 ‘금강·영산강 보 해체와 상시 개방 관련 공익감사청구’ 감사보고서에서 당시 정부가 잘못된 경제성 분석을 수행했고, 4대강 조사·평가단 위원회 구성도 불공정했다고 결론 내렸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7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통해 4대강 16개 보를 일단 개방한 뒤 2018년 말까지 처리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한강·낙동강 11개 보는 취수장의 물이용 제약과 지역주민 반대 등을 감안해 해체 논의를 중단하고 금강·영산강 5개 보에 대해서만 논의를 이어가기로 가닥을 잡았다.
환경부는 2018년 11월에야 4대강 조사·평가단에 기획위원회와 전문위원회를 꾸려 본격 논의에 들어갔다. 처리 방안 마련 시한이 2018년 말에서 2019년 2월로 고작 2개월 늦춰진 상황이었다.
보 해체(또는 개방)의 경제성을 분석하려면 해체의 편익과 비용을 도출해야 한다. 편익은 보 개방 전과 후의 수질 및 수생태계 지표 등을 비교해 개선된 정도로 산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보 개방 후 자료는 기간이 짧아 수질 변화 등을 제대로 확인하기에 충분치 않았다. 시간에 쫓기던 평가단은 보 설치 전 측정자료를 이용해 B/C값(비용 대비 편익 비율)을 산출했다. B/C값이 2.92로 가장 높았던 세종보와 2.54인 죽산보는 해체하고 1.08인 공주보는 부분 해체하기로 결론냈다. B/C값이 각각 0.96과 0.89로 1을 밑돈 백제보와 승촌보는 해체 대신 상시 개방하기로 했다. 이는 2021년 1월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 의결을 통해 확정됐다.
보 설치 전 자료를 사용하는 것을 놓고 평가단 내부에서도 우려가 적지 않았다. 회의록에 따르면 한 위원은 “우리 반대편 전문가가 볼 때는 웬 무식한 얘기를 하느냐고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위원은 “관심 없는 시민의 관점에서 보면 보 설치 전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며 강행을 지지했다.
이후 감사원이 2018~2020년 자료를 근거로 경제성을 재분석한 결과 세종보는 해체의 B/C값이 0.82~2.28, 공주보와 죽산보는 각각 0.51~0.62와 0.26~0.27로 나왔다. 공주보·죽산보 해체는 경제성이 낮고, 세종보는 해체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평가단 내 기획·전문위원회 구성에 4대강 반대 시민단체 입김이 작용한 점도 감사원은 문제로 봤다. 전문위는 4개 분야 43명의 민간위원으로 꾸려졌다.
이 과정에서 환경부는 김 전 장관 지시로 전문가 인력풀(169명) 명단을 미리 ‘4대강 재자연화 시민위원회’에 넘겼다. 4대강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연합인 재자연위는 4대강에 찬성·보류 입장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 이름에 ‘N’을 표기해 회신했다. 그 결과 43명 중 25명(58.1%)이 재자연위 추천 인사로 채워졌다. 재자연위가 반대한 41명은 아무도 위원으로 선정되지 않았다.
환경부는 이날 “감사 결과를 존중하며 후속 조치를 즉각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2021년 1월 의결된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의 재심의를 물관리위에 요청하기로 했다. 5개 보를 해체하거나 개방하기로 한 결정을 사실상 백지화할 뜻을 밝힌 것이다.
오형주/곽용희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