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가 공청회를 열며 첫발을 내디뎠던 실업급여 개혁 논의가 1주일째 공전하고 있다. “여론을 취합하고 있다”고 하지만 당 지도부는 물론 특위 소속 의원들의 입에서도 관련 언급이 완전히 사라졌다.
여당 안팎에서는 12일 공청회에서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이 방만한 실업급여 지급 실태를 비판하며 ‘시럽급여’라는 단어를 쓴 것이 이유라는 지적이 나온다. 진보는 물론 보수 매체까지 나서 “가벼운 언행으로 실업급여 수급자들을 매도했다”는 비판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야당은 공청회에서 실업급여를 받아 해외여행을 가거나 명품을 사는 행태에 대한 비판이 나온 것도 문제 삼았다. 비판이 빗발치자 공청회에서 실업급여 지급 실태를 알린 고용노동부 담당자는 병가를 내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논란이 실업급여와 고용보험 제도 개혁이라는 본질에서 비켜나 있다는 점이다.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공공자금관리기금 지급액을 제외하면 지난해 -3조9670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 10조2544억원에 이르던 적립금이 완전히 고갈되고, 이제는 빚을 내 실업급여를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을 감안하면 실업급여 증가에 따른 고용보험 누적 적자가 어디까지 불어날지 알 수 없다.
앞으로 수년간 국민연금 및 건강보험 등의 납입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고용보험료를 인상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실업급여 제도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부정 수급 문제를 해결하고, 혜택을 어느 정도 낮추는 수밖에 없다. 실업급여 지급 하한액 폐지, 수급을 위한 최소 가입 기간 강화 등의 방안을 당정이 내놨던 이유다.
고용보험기금의 안정성이 무너지면 정작 실업급여를 받아야 할 저숙련·비정규직 근로자부터 피해를 볼 것이다. 관련 혜택이 크게 줄거나, 구직활동 조사 등 수급 자격 부여가 한층 까다로워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정부와 여당은 ‘시럽급여 논란’에 위축되지 말고 고용보험 개혁 작업을 이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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