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북한 핵 도발에 대처하기 위해 출범시킨 핵협의그룹(NCG)이 북한의 선제공격 가능성을 실제로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9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황태희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달 초 국가안보실이 발행한 웹진에 ‘워싱턴 선언과 한·미동맹 확장 핵억제의 게임이론적 분석’이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기고했다. NCG의 대북 억제 효과에 대한 학계 연구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 교수는 북한의 선제공격에 따른 전쟁 발발 가능성을 상황별로 분석했다. 현상을 유지하는 것보다 전쟁을 벌일 때 북한의 ‘기대보수’가 높은 경우, 한·미 간 정보 비대칭이 존재하는 경우를 북한이 선제공격에 나설 수 있는 상황으로 가정했다. 북한의 전쟁에 대한 기대보수를 낮추려면 미국이 핵을 활용한 반격에 나설 것이란 약속의 신뢰성이 높아야 한다. 황 교수는 NCG 창설은 세 가지 측면에서 억제의 신뢰성을 높이고 전쟁 확률을 낮출 수 있다고 봤다.
먼저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난 4월 워싱턴 선언으로 미국의 ‘청중비용’이 높아진 점을 꼽았다. 청중비용은 정책결정자가 공개적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 평판 악화로 지불하는 정치적 비용을 뜻한다. NCG를 통해 한·미 간 군사정보의 비대칭성이 극복될 수 있다는 점도 확장 억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미가 NCG를 통해 인적·조직적 네트워크 등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게 됐다는 점도 미국이 약한 반격 쪽으로 선회할 인센티브를 줄이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미 의회에서는 차관보급 협의체인 NCG를 양국 외교·국방장관이 수석대표로 참여하는 ‘2+2 회의체’로 격상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간사인 제임스 리시 의원(공화당)은 18일(현지시간) “NCG는 국방·국무장관이 공동으로 이끄는 2+2 구성으로 실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선제공격을 해올 때 한·미동맹의 반응이 ‘강한 반격’이냐 ‘약한 반격’이냐가 중요하다”며 “강한 반격이 올 것이라는 믿음을 북한이 확실히 갖고 있다면 도발하기 어렵다”고 했다.
전날 서울에서 열린 NCG 출범회의에 대해 황 교수는 “커트 캠벨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이 핵무기를 직접 사용하겠다는 표현만 안 했을 뿐 사실상 가장 높은 수준의 강력한 응징을 공언한 것도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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