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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안전 매뉴얼, 이상기후 반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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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극한 호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같은 장소에서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충북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에 시선이 쏠려 있지만 사실 이번 호우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곳은 경북 북부지역이다. 현재까지 사망자 24명, 실종자가 3명이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지금도 진흙탕 길을 헤치며 실종자 탐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오송 참사는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만 봐도 관계기관의 무능이 빚은 인재가 명확하다. 사고 발생 3시간 전에 전달된 금강홍수센터의 대피 경보부터 사고 1시간 전 두 차례나 걸려온 시민의 지하차도 통제 요구까지 사전에 참사를 막을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다. 충청북도·청주시·흥덕구청·경찰의 총체적 부실 행정으로 무고한 14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미연에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는 점에서 철저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다.
극한 기후에 통계 효용 떨어져
이번 집중호우 사태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경북 북부지역이다. 소백산맥을 등지고 있는 경북에는 산사태 취약 지역이 4900곳에 달한다. 하지만 예천·문경·영주·봉화 등 피해가 집중된 지역 대부분은 공교롭게도 산사태 취약지구가 아니다. 경북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가 나온 예천(사망 14명, 실종 3명)의 지난 15일까지 강수량은 475㎜였다. 보름 동안의 집계임에도 지난 10년간 7월 전체 강수량 중 1위를 기록했다.

하루 강수량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많은 비가 단기간에 내렸는지 더욱 확연해진다. 산사태 직전까지 예천의 7월 강수일수는 9일로 일 단위로 환산하면 하루에 52.7㎜의 비가 쏟아진 셈이다. 지난 10년 중 올해 다음으로 비가 많이 내린 2017년 7월 강수량은 469.1㎜, 강수일수는 15일이었다. 하루 단위로 31.2㎜다. 당시보다 올해 강수량이 약 70% 많은 것이다. 올 장맛비를 극한 호우로 부르는 이유다. 예천에서 평생을 살아온 60~70대 주민이 “살면서 이런 비는 처음 봤다”는 반응을 보이는 게 결코 과장이 아니란 얘기다. 일부 환경 전문가는 500㎜ 이상이 쏟아진 충청·경북 지역의 이번 장맛비는 500~1000년 빈도의 강우량이라고 설명한다.
홍수·방재매뉴얼 개편 시급
‘생전 보지 못한’ 기상변화는 우리만의 현상이 아니다. 한반도가 물폭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동안 유럽과 중국 서부에는 섭씨 40~50도에 달하는 폭염이 강타했다. 미국 동북부 일부 지역에는 1시간에 180㎜의 비가 쏟아지는 등 여태껏 보지 못한 이상 기후가 속출하고 있다.

국내 하천의 둑이나 댐은 100년에 한 번 나타나는 계획홍수위를 기준으로 건설됐다. 하수구는 10년 빈도의 강수량이 기준이다. 2020년 섬진강에 500년 빈도의 폭우가 내린 뒤 국가하천 계획홍수위를 200년 빈도로 올리겠다고 했지만 아직 계획에 그치고 있다.

이번 경북 북부지역의 산사태에서 보듯 최근의 이상 기후는 과거 통계의 정규분포 곡선을 이탈하고 있다. ‘기상 관측 이래 최초’ ‘유례가 없는’ 등의 수식어가 붙는 테일 리스크(tail risk)형 자연재해가 갈수록 빈번해질 것이다. 더 이상 과거의 통계를 기반으로 한 재난대응 시스템이 통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강수 빈도를 대폭 늘린 홍수지도를 새로 짜고 재난대응 매뉴얼은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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