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투자 손실을 100% 보전해주는 새로운 형태의 상장지수펀드(ETF)가 세계 최초로 미국에서 출시됐다. 대형주 중심의 주가지수를 추종하되, 파생 상품 투자를 병행해 손실을 완벽히 방어하는 ‘버퍼형 ETF’의 일종이다. 더 많은 위험회피 성향의 투자자가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부터 뉴욕증시에서 ‘이노베이션 에쿼티 디파인드 프로텍션 ETF’(티커명: TJUL)가 거래되기 시작했다. S&P500지수를 추종하지만, 수익과 손실의 범위를 제한해 투자 안전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설계된 상품이다.
수익률 상한은 수수료(연 수수료율 0.79%) 제외 기준 15%로 추정된다. 그간 시장에 나온 버퍼형 ETF 중 가장 대중화된 상품의 손익 범위가 약 15%로 설정돼 있어서다. 이 ETF를 설계한 이노베이터캐피털매니지먼트(이노베이터)의 그레이엄 데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2년간 15~18%, 연 7.1~8.8%의 수익률 상한이 설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노베이터는 자산 규모가 135억달러(약 17조원)에 달하는 미국 최대 ETF 운용사다. 5년 전 처음으로 버퍼형 ETF를 내놓으며 시장을 창출했고, 현재 50개 이상의 관련 상품을 운용하며 120억달러가 넘는 자산을 끌어들였다. 올해 들어 S&P500지수가 약 18%의 수익을 내는 동안 이노베이터의 버퍼형 ETF들은 11~15%의 수익을 올렸다.
TJUL ETF는 콜옵션(매도청구권)과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등 파생 상품에 골고루 투자해 얻은 이익을 활용해 손실을 100% 보전한다. 단, 해당 ETF를 거래 첫날인 이날부터 2025년 6월 30일까지 2년간 연속해서 보유한 투자자만 수익을 현금화할 수 있다.
데이 CIO는 “보험과 구조화채권 시장이 존재한다는 건 약간의 수익만 담보받는 동시에 하방 위험을 완전히 제거해 주는 상품에 대한 수요가 더 많다는 뜻”이라며 “세계 최초로 100%의 완충장치가 내장된 이 ETF로 주식시장 접근성은 한층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노베이터는 매일 가격 변동에 따라 사고팔 수 있는 버퍼형 ETF가 연금 대비 유동성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최소 구매 한도와 헤지 비용이 없을뿐더러 세금도 더 적다. 데이 CIO는 “(팬데믹 기간에 대규모 부양책의 결과로) 수조달러가 유입됐지만 현금과 머니마켓펀드(MMF), 은행 예금 등에 방치돼 있다”며 “주식에 대한 익스포저(노출도)를 높이면 장기적으로 현금 보유 대비 높은 수익을 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손실을 100% 보전하는 구조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브라이언 아머 모닝스타 패시브 전략 연구 책임자는 “2008년이나 2020년과 같이 풋옵션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비이성적 시장이 연출되면 파생 상품 투자를 통해 손실을 보전하겠다는 전략이 먹혀들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