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사모펀드 운용사인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의 경영권 매각을 두고 벌인 소송을 두고 대법원이 정식 심리를 시작한다. 1·2심 모두 한앤컴퍼니가 승소한 만큼 대법원도 심리 대신 기각을 택할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법정 다툼이 수년 더 이어질 전망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가 홍 회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양도 소송 상고심의 심리불속행기간이 이날 도과한 상태다. 심리불속행 도과란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시킬 수 있는 기간이 지나 정식 심리를 이어가는 것을 뜻한다. 대법원은 원심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이유가 없을 때 본안 심리 없이 상고장을 받은 날로부터 4개월 안에 상고를 기각할 수 있다.
1·2심 재판부는 모두 한앤컴퍼니 손을 들어줬다. 법조계에선 상고심에서 새로운 법리를 제시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대법원도 해당 사건에 대해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심리불속행 기각이 결정될 경우 홍 회장 일가는 거래 종결 의무에 따라 보유 주식을 전부 한앤컴퍼니에 매각해야 한다.
하지만 대법원이 이 사건을 심리하기로 결정하면서 최종 결론까지 수년이 더 걸릴 전망이다. 투자 기한이 있는 한앤컴퍼니로선 심리 기간이 길어지면 홍 회장 측과 다시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홍 회장 측은 2심부터 법률 대리인을 법무법인 바른으로 바꾸고, 상고 후엔 홍 회장 측 인사가 제출한 것으로 추정되는 탄원서가 수십차례 대법원에 올라오는 등 '막판 뒤집기'에 총력을 쏟아왔다.
남양유업과 한앤컴퍼니의 경영권 싸움은 약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양유업은 2021년 4월 자사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를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으나 조사 결과 허위로 드러났다. 남양유업은 그 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고, 일부 소비자들은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을 벌였다.
홍 회장은 그해 5월 기자회견을 열어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남양유업은 홍 회장 등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08%를 모두 한앤컴퍼니에 양도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매각금액은 3107억원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남양유업은 경영권 매각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일방적으로 연기하는 등 매각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이에 한앤컴퍼니는 같은 해 8월 홍 회장 등 매도인들을 상대로 한 주식양도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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