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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이프이스트-구건서의 은퇴사용설명서] 내 노후는 내가 책임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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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 세대가 주된 직업에서 떠나는 ‘대은퇴(great retire)’의 시기가 되었다. 6.25 전쟁이 끝나면서 출생률이 급격히 늘어난 시대적 상황에서 태어난 베이비부머는 고도성장의 혜택을 누리면서 지독한 가난을 극복한 우리 사회의 중추적인 존재였다. 이들은 대부분 농촌에서 태어나 도시로 이주해서 젊음을 보낸 사람들이다. 대가족 속에서 유교적 전통을 가지고 있으므로 부모는 자식이 부양해야 한다는 사고를 갖고 있다. 자식의 교육과 성공을 위해서 정작 본인의 노후를 준비하기 어려웠지만 그렇다고 자식들이 부양을 해줄 것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베이비부머는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면서 자식에게 버림받는 첫 번째 세대가 되었다. 그래서 나온 말이 ‘셀프 부양’이다. 즉 자신의 노후는 자신이 스스로 책임을 지는 시대가 되었다는 얘기다.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노후 생활은 정년퇴직 후에도 30~40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수면, 식사, 가사노동 등의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여가시간은 무려 8만~10만 시간 정도가 된다. 이는 25세부터 직장 생활을 시작해서 60세까지 35년 동안 매일 8시간씩 일한 사람의 노동시간과 비슷한 수준이다. 보통 은퇴 이후의 삶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한 셀프 부양은 ‘돈’, ‘건강’, ‘일’, ‘여가’, ‘관계’ 이렇게 5가지의 균형에서 찾아야 한다.


첫째로 은퇴 후 ‘돈’ 걱정을 줄이는 방법은 은퇴 전 노후자금을 어떻게 설계해 두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은퇴 전 반드시 부채를 상환해야 한다.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으로 완성되는 ‘3층 연금’을 준비해두어야 한다. 그러려면 은퇴 전이라도 자녀의 교육비나 방만한 생활비는 줄여야 한다. 자녀 지원을 언제까지 할 것인지 중단 시기를 정하고, 자산을 어느 정도 형성한 사람이거나 자녀들에게 기업을 물려줘야 하는 기업인이라면 가업승계 계획과 절세 계획을 잘 세워 미리미리 상속과 증여, 즉 세금에 대비해야 한다. 그리고 은퇴를 하면 아무래도 근로소득이 급감하므로 소비 규모를 확 줄여야 한다.

둘째로 퇴직 후 ‘건강’을 지키지 못한다면 길어진 수명은 더 이상 축복이 되지 못하고 재앙으로 다가온다. 어렵게 마련한 노후자금도 지키기 어렵다. 50대의 건강관리가 은퇴 후 건강의 질을 결정하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말이 있다.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 등으로 각종 생활습관 병을 예방하고 개선하는 것이 좋다. 적어도 50대 이후에는 유산소 운동을 하루 30분 정도씩, 1주일에 3일 이상 하는 것이 적당하다. 노후에는 우울증이나 치매 등 정신건강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긍정적인 태도와 낙관적인 성격이 정신건강에 좋다.


셋째로 퇴직 후 ‘일거리’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평균 퇴직 연령인 50대 중반과 국민연금 수령 예상 연령인 62~65세 사이에는 ‘소득 공백기’가 있다. 연금수령 전까지 다른 직장을 구하거나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징검다리 소득원을 만드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은퇴 후 여가나 취미활동만 하면서 여유롭게 살기에는 너무 긴 시간과 해야 할 일들이 남아 있다. 또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해도 사회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작은 역할이라도 하는 것이 노후를 즐겁게 만드는 방법이다. 은퇴 전의 일이 사회적 욕망이나 생계를 위한 일이었다면, 은퇴 후의 일은 성취감이나 자기만족감이 높은 일을 하는 것이 좋다. ‘1만 시간의 법칙’에서 보듯이. 은퇴 전부터 취미·여가활동에 하루 3시간씩 10년 동안 노력한다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

넷째로 퇴직 후 ‘여가’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경제성장을 위해 발전과 속도가 중요했던 우리나라 대부분의 은퇴자들은 이렇다 할 취미나 여가가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은퇴자들의 노후는 멋진 시간이 아니라, 많아진 자유 시간이 오히려 부담스러워한다. 여행이나 독서, 스포츠, 악기 연주, 자기 계발과 같이 평소 하고 싶었던 여가활동을 하면 시간도 잘 가고 즐겁다. 여가활동은 은퇴자의 새로운 사회활동의 기반이 되기도 하고, 여가활동을 위해 익힌 지식이나 기술을 통해 다른 직업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다섯째로 퇴직 후 ‘관계’를 잘 정리해야 한다. 일과 직장으로 맺었던 관계가 끊어지는 은퇴 후에는 새로운 관계 맺기가 중요하다. 이러한 때에 여가활동을 함께 하며 공감을 나누는 친구가 있다면 큰 도움이 된다. 주변에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 5명만 있어도 은퇴 후 삶은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 새로운 취미나 일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새로운 관계에서도 우정을 나눌수록 노후의 생활이 즐거워진다. 세계적인 문호 도스토옙스키는 ‘사람이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자신이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의 기준보다는 내 기준에서 ‘돈’, ‘건강’, ‘일’, ‘여가’, ‘관계’를 점검하고 준비해 나아간다면 은퇴 후 노후도 충분히 즐겁고 신날 수 있다.

<한경닷컴 The Lifeist> 구건서 심심림 대표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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