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의 200배 단맛을 내는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이 발암가능물질로 분류됐다. 그러나기존 일일섭취허용량은 유지됐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기관들이 엇갈린 결정을 내놨지만, 결국 강조한 건 과다섭취에 대한 경고라는 평가가 나온다.
○“간암 등 발암 연관된 증거 부족”
13일(현지시간)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아스파탐을 발암가능물질군인 ‘그룹2B’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룹2B는 역학조사나 동물실험상 증거가 충분하지는 않지만 섭취 시 발암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제품군이다. 절임 채소 등이 포함돼 있다.
IARC는 아스파탐이 인체 암 중에서도 간암의 일종인 간세포암종을 유발할 수 있는 ‘제한된 증거’를 근거로 발암가능물질군으로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WHO 영양 및 식품안전국 국장인 프란체스코 브랑카 박사는 “아스파탐에 대한 평가 결과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용량에서는 안전성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더 많은 연구를 통해 조사해야 할 잠재적 영향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아스파탐은 설탕을 대체하는 인공 감미료다. 설탕보다 단 맛은 훨씬 강하지만 열량은 훨씬 적어 최근 유행인 다이어트 콜라 등 제로 칼로리 음료, 아이스크림 등에 많이 쓰인다.
그러나 인공감미료 자체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IRAC는 2008년 아스파탐 재검토에 들어갔고, 2014년 발암 가능성을 이유로 우선순위 목록에 올랐다.
○“과다섭취 경계하자”
다만 함께 조사를 진행한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가 아스파탐의 일일허용섭취량을 유지하며 국내외 식품업계가 큰 혼란을 겪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JECFA는 이날 “우리가 평가한 데이터들로는 이전에 설정한 일일섭취허용량을 바꿀 충분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JECFA는 WHO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식품첨가물의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만든 전문가 위원회다. 일일허용섭취량은 사람이 평생 매일 먹어도 유해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섭취량이다.
JECFA가 1981년 처음 규정한 아스파탐의 현재 하루 허용섭취량은 체중 1㎏당 40㎎ 이하다. 체중 60㎏ 성인의 경우 하루 2400㎎ 이하로 섭취하면 된다. 이 기준을 충족하려면 아스파탐이 들어간 다이어트 콜라 250mL짜리 한 캔 기준으로 55캔, 막걸리(한 병에 750mL) 33병을 마셔야 한다.
로이터는 두 WHO 산하기관의 발표를 “상충돼 보이는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제한된 증거를 근거로 발암 위험성은 인정하면서도 섭취량은 줄이지 않아서다.
다만 WHO는 발표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스파탐 과다섭취를 절제할 것을 강조했다. 브랑카 박사는 “WHO는 제조업체와 소비자 모두 아스파탐을 절제할 것을 촉구하는 것”이라며 “소비자들도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콜라와 설탕이 들어간 콜라 중 선택해야 할 때, 대신 물을 마시는 제3의 선택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JECFA의 일일허용섭취량에 변동이 없기 때문에 현행 사용기준을 유지할 예정이다. 2019년 기준 한국인의 하루 평균 아스파탐 섭취량은 ㎏당 약 0.048㎎로, JECFA 허용치의 0.12% 수준이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