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산업은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로 구성된다. 그 규모(2021년)는 각 200조원, 522조원으로 시스템 반도체가 약 2.5배 크지만 우리나라 점유율은 각 59%, 1%로 매우 비대칭적이다. 이를 요약하면 ‘강력한 위상의 메모리 반도체와 존재감이 없는 시스템 반도체’라고 할 수 있다.
시스템 반도체는 팹리스, 파운드리, 패키지테스트(OSAT)산업으로 구성되고 이들은 상호 유기적 관계다. 그중 핵심은 팹리스산업이다. 팹리스산업이 자동차·로봇·모바일·가전·바이오헬스·에너지산업 등 미래 주력산업을 고도화·고부가가치화해 융합산업화로 이끄는 핵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스템 반도체산업을 성공적으로 육성한 대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1년 기준 대만 10대 팹리스 매출 규모는 42조8000억원이지만 한국은 3조3000억원에 불과하다. 글로벌 10대 외주반도체패키지테스트(OSAT) 기업 중 5개가 대만 기업이고 한국은 전무하다. 대만 정부 주도로 1980년대부터 강력하게 시스템 반도체산업을 지원한 ‘신주과학공업’ 특화단지의 성공은 시스템 반도체산업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팹리스와 파운드리업체가 협업한 결과다. 대만은 TSMC라는 세계 1위 기업을 만들어냈고, 300여 개가 넘는 팹리스·OSAT 기업 생태계를 확보했다.
여러 산업 분야가 전반적으로 고루 발달한 한국에서 팹리스산업이 국내 세트업체, 완성품업체와 협업해 나간다면 산업 고도화는 물론 미래 융합산업을 선도할 수 있다. 우선 전공과 무관하게 모두가 참여하는 국가 주도 반도체 융합 전문 연구인력 양성 기관을 설립하고 반도체 전문가를 양성해 다른 산업과 융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파운드리업체들과 산학연이 연합해 국산 설계자산 상용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한 파격적인 연구개발 지원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 설계자산을 활용해 팹리스가 신속하게 시스템 반도체를 제작해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다. 셋째, 경기 판교 제3테크노밸리 전체를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만들어야 한다. 용인이 하드웨어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라고 한다면, 판교는 소프트웨어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가 돼야 한다. 팹리스·OSAT연구소, 부품 상용화·제품인증센터, 전문인력양성기관, 산업융합조정센터, 정부출연 연구소·대학 연구소, 민·정 투자기관 등을 유치해 이들이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물리적 공간을 구성하는 것이다. 세계 기술을 선도하는 혁신기업을 배출하고 용인 하드웨어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와 협업해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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