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경남 거제 조선해양문화관에선 국비 16억원을 들여 복원한 거북선이 해체됐다. 경상남도가 ‘이순신 장군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만든 이 거북선은 12년간 방치되다 결국 땔감이 됐다. 이처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명목을 내세워 수십억원의 세금을 낭비한 무책임한 사례는 차고 넘친다.
사업비 1223억원이 들어간 경북 군위군 삼국유사테마파크는 3년째 적자 운영 상태다. 국비 등 50억원을 투입한 경남 통영의 VR(가상현실)존은 방문객이 적어 3년 만에 존폐 위기에 몰렸다. 기네스북에 도전한 충북 괴산군의 초대형 가마솥(5억원), 전남 무안군의 대형 낙지 조형물(9억원) 등도 지방자치단체가 만든 천덕꾸러기 랜드마크로 꼽힌다.
올 1분기 재정적자가 54조원까지 불었고, 연말까지 70조원을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로 나라 살림은 허덕이고 있는데 지자체는 딴 세상이다. 단체장들은 재임 중 치적을 쌓기 위해 전시성 사업을 무리하게 벌이고, 지역 정치인은 예산 로비를 통해 국비를 따낸다. 여기에 중앙정부의 허술한 사업타당성 검증이 맞물려 사업 실패로 귀결된다.
정부가 어제 이런 고질적인 지자체의 재정 낭비를 바로잡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자 투자펀드 운영 방안을 발표했다. 국가 재정에 민간의 자금을 더하는 펀드 투자 방식을 도입해 지속 가능하면서도 유효한 지역 활성화 사업을 발굴,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그간 연 1조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은 107개 기초 지자체로 분산돼 나눠 먹기식 소규모 사업에 쓰인 경우가 많고 대형 사업 추진이 어려웠다. 새로운 정책은 민간 자금을 활용해 지역경제 파급 효과가 큰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이 목표다. 정부가 지역 투자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더 이상 지자체의 방만 재정으로 나랏돈이 줄줄 새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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