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에 영상을 활용하고 모든 과정을 디지털 전환하는 것은 세계적 트렌드입니다.”
김경원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사진)는 11일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김 교수는 서울아산병원 아산임상시험영상의학지원실(AIM)에서 국내 기업의 신약 개발 연구 등을 돕고 있다. 올해 시행한 국내 제약사의 임상시험 프로젝트는 70여 개다. 글로벌 임상시험도 30여 개 지원하고 있다.
과거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양전자단층촬영(PET-CT) 등은 환자 진단 및 치료용으로만 활용됐다. 최근엔 신약 개발과 임상연구 등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었다. 김 교수는 2017년 문을 연 AIM의 설립멤버다. 그는 2012~2013년 미국 하버드대 부속 다나파버암센터에서 연수를 받은 뒤 현지 신약 개발 영상 프로그램을 서울아산병원에 이식했다.
영상의학은 신약 물질을 투여한 뒤약물이 인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등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수단이다.
김 교수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만나고 싶어하는 의사로 꼽힌다. 허가당국의 지침에 맞춰 영상 프로토콜을 설계하는 등 국제표준에 따라 신약개발 과정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대웅제약, 제넥신 등이 공동 프로젝트를 맡겼다. 위 절제수술을 한 위암 환자에게 담석을 예방하는 데 우루사가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한 연구의 영상 분석도 이곳에서 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2020년 미국의사협회 학술지(JAMA surgery)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우루사 치료 범위를 확대하도록 허가 조건을 바꿨다.
김 교수는 2021년 트라이얼인포매틱스를 창업했다. 임상시험에 쓰이는 영상, 병리, 유전체, 혈액검사, 심전도 등의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을 공급하고 있다. 임상 영상을 관리하는 이미지트라이얼, 암 환자 데이터를 한눈에 보는 온코트라이얼보드, 임상시험 데이터를 통합한 트라이얼데이터허브 등을 선보였다. 제약·바이오 분야 전주기 디지털 전환을 돕는 회사로 키우는 게 목표다.
의사가 신약 개발에 참여하면 시장성 높은 약물을 찾고 활용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그는 “다나파버암센터는 신약 개발과 임상시험 등에 의사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한다”며 “국내에도 의사 교육 과정에 제약의학을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글=이지현/사진=강은구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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