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신약의 새 역사를 쓴 유한양행이 연간 7000만원 넘는 폐암 환자의 약값 부담을 없애주기로 했다. 지난달 말 1차 치료제로 허가받은 렉라자를 건강보험 시장 진입 시점까지 무상 공급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후속 신약에도 이를 적용할 계획이다.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은 10일 서울 소공로 더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달부터 병원별 심사를 거쳐 원하는 환자에게 렉라자를 무료 공급하는 조기 공급 프로그램(EAP)을 시행한다”고 했다. 그는 “다른 신약이 개발되면 EAP를 추가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건강보험 혜택을 받기 전까지 환자에게 약을 무료로 지원하는 EAP를 유한양행의 신약 필수코스로 안착시키겠다는 것이다.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을 건강보험 항목에 포함될 때까지 무상 공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제약업계에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 문화를 안착시킨 유한양행이 혁신 신약을 활용해 새로운 환자 지원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전국 대형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에서 수요를 파악한 뒤 병원별 생명윤리위원회(IRB)를 통과하면 폐암 진단을 받은 뒤 다른 약을 쓰지 않은 환자에게 렉라자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대상 환자 수는 제한하지 않기로 했다. 이르면 내년 초 건강보험 시장에 진입하기 전까지 누구나 약을 복용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렉라자 등 3세대 폐암 치료제 약값은 연간 7000만원이 넘는다. 조 대표는 “유일한 창업자의 정신은 좋은 약을 만들어 국가에 도움을 주고, 수익은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라며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을 향한 도전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날 유한양행은 후속 신약 후보물질 개발 상황도 공개했다. 유방암·위암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YH32367은 국내와 호주에서 임상 1상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폐암 치료제 YH42946은 동물실험에서 경쟁 약보다 뛰어난 항암 효과를 확인했다. 내년 초 사람 대상 임상시험에 진입하는 게 목표다. 대장암·두경부암 치료제 YH32364는 2년 뒤 사람 대상 임상시험에 진입할 계획이다. 오세웅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부사장)은 “제2, 제3의 렉라자를 개발해 환자 중심 항암제로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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