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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생명체 제작·합성…'합성생물학' 글로벌 특허경쟁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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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생물학은 유전자를 자유롭게 편집하는 첨단 기술이다. 유전자의 일부를 수정하는 유전공학을 뛰어넘는 개념이다. 미국 국가생명윤리연구위원회는 이 학문을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인공생명체를 제작 및 합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mRNA(메신저 리보핵산) 기반 코로나19 백신이 대표적인 합성생물학 성과로 꼽힌다. 합성생물학은 제약 바이오는 물론 에너지, 화학, 농업, 환경 등 산업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은 합성생물학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합성생물학 필수 인프라를 ‘바이오파운드리’라고 한다. 인공지능(AI), 로봇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토대로 설계(design)-제작(build)-시험(test)-인공지능 학습(AI learning) 등 네 가지 과정을 표준화, 자동화, 고속화하는 시설이다. 국내 기업 가운데 CJ제일제당이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양사, 코오롱 등도 바이오파운드리 기술을 개발 중이다.

한국특허전략개발원 특허빅데이터센터는 ‘2022년 특허 빅데이터 기반 산업혁신 전략 보고서:합성생물학 편’을 10일 펴냈다. 이 보고서는 2001년부터 20년간 한국을 비롯해 미국 유럽 중국 캐나다 호주 인도 등 각국에 출원 공개된 합성생물학 관련 특허 7만1678건을 분석했다. 설계, 제작, 시험, 학습 등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 10가지를 선정했다.

설계 분야 상위 20위 출원인 중 14곳이 기업이었고 나머지 6곳은 대학과 공공연구소였다. 설계는 유전체, 대사경로 또는 유전자 회로를 디자인하기 위해 DNA 서열을 원하는 순서대로 배열하는 것을 말한다. 밀레니엄파마슈티컬이 1위였고 더브로드인스티튜트, 베레니움, 지머젠, 바스프 등이 10위권 안에 들었다.

설계 분야에서 KAIST가 한국 출원인 가운데 유일하게 13위에 올랐다. 한국인 최초로 영국 왕립학회 회원으로 선정된 이상엽 KAIST 특훈교수(연구부총장)가 이 분야 기술 개발을 이끌고 있다. 특허전략개발원 관계자는 “KAIST는 대사회로 기술에 집중하고 있으며, 추후 바이오파운드리 분야에서 특허권 확보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제작은 설계에 기반한 DNA 염기서열을 갖는 균주 또는 단백질을 생산하는 것이다. 유전자 편집, 유전자 합성 등으로 구분된다. 제작 분야에서 가장 유망한 기술로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편집기술이 선정됐다. 크리스퍼 편집 기술은 질병을 유발하는 DNA 특정 부위를 자를 수 있는 ‘유전자 가위’를 말한다. 현재 대표적 유전자 가위는 크리스퍼-카스(CAS)9이다. 가위 역할을 하는 단백질 카스9에 자를 부위를 안내하는 ‘가이드 RNA(리보핵산)’를 붙인 것이다.

카스 단백질은 카스9, 카스12, 카스13, 카스14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카스 종류에 따라 가이드RNA 성질을 바꿔야 하고, 이에 따라 자를 수 있는 유전자 타깃도 달라진다. 크리스퍼는 ‘앞뒤 서열이 같은 유전물질 군집체(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의 줄임말이다.

크리스퍼는 기능적으로 보면 인체에 들어왔거나 들어온 적이 있는 바이러스의 DNA가 쌓여 있는 데이터베이스(DB)라고 보면 된다. 크리스퍼-카스9을 처음 개발해 2020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제니퍼 다우드나 미 UC버클리 교수는 크리스퍼를 “세포들의 백신 접종 내역 카드”라고 설명했다.

2001년부터 20년간 합성생물학 관련 전체 출원 건수는 미국이 가장 많고 한국이 가장 적었다. 연평균 증가율은 중국이 가장 높았다. 합성생물학 분야 패권을 쥔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오파운드리 구성 요소 가운데 제작 기술에서 가장 많은 특허(2만852건)가 출원됐다. AI 학습은 전체 출원 건수는 적었지만 최근 4년간 증가율이 57.5%로 가장 높았다. 이는 바이오파운드리 관련 출원이 국내에서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합성생물학에서 AI 학습은 설계-제작-시험 과정을 통해 얻은 정보를 데이터로 구축해 이를 토대로 고효율 재설계 방법을 찾는 과정을 말한다.

특허전략개발원 관계자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등 합성생물학 원천 기술과 관련한 국제 특허 분쟁이 진행 중”이라며 “분쟁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특허 확보 전략을 세워야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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