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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용병 떠나자 득세하는 IS…"정신병 걸릴판" 주민들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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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그룹 용병들이 한때 영향력을 행사했던 중동과 아프리카지역을 떠나고 있다. 이슬람급진주의 세력과 현지 반군 등이 권력 공백을 노리면서 지역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바그너 이탈에 주민들 '정신병' 걸릴 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바그너그룹의 향후 역할에 대한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일부 전사들은 다이아몬드가 풍부한 중앙아프리카 지역 캠프를 떠나고 있으며, 현지 주민들은 반군이 그들이 버린 지역을 점령할 것을 우려하고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유럽 보안 당국자들과 주민들을 인용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북부 모옌시도 야영지에서 장갑차 8대로 구성된 호송대가 출발했다고 전했다. 다른 두 캠프에서도 바그너그룹 용병들이 떠났다. 이탈자는 약 100~200명으로 추산된다.

비행 추적 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러시아산 일류신 항공기 2대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수도 방기에서 러시아로 비행했다. SNS 영상에는 바그너 용병들이 방기에서 짐을 들고 기다리는 장면도 찍혔다. 바그너 측 관계자는 "이번 비행은 몇달 전부터 쉬었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계획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그너 용병들이 머물렀던 나나-바카사 캠프의 인근 주민들은 용병들이 마을을 영구적으로 떠날 조짐이 있다고 전했다. 용병들이 조리 도구에서 매트리스까지 모든 장비를 팔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체 인력도 15명에 불과하다고 주민들은 말했다.

바그너그룹은 지난해 3월 말리 중부에서 500명 이상 주민들을 학살하는 등 인권침해를 자행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이들이 지역 치안을 유지해온 만큼 주민들은 반군이 그 공백을 메우는 사태를 걱정하고 있다. 바그너그룹이 철수한 지역의 한 주민은 "현재 지역 사회에 거대한 정신병이 퍼져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바그너그룹은 전체 인원의 5분의1에 해당하는 약 6000명을 통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시리아 등 6개국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현지 정권에 안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다이아몬드 등 원자재 거래 이권을 챙겼다. 그러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러시아 정부에 반란을 일으킨 이후 이들 지역에서 바그너그룹의 영향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러시아 정부는 프리고진 반란 직후 외교라인을 동원해 해당 국가들에게 러시아의 영향력을 다시 확인하기도 했다.
시리아 유전, 다시 IS 손에 넘어가나
시리아에서는 바그너그룹의 영향력 감소로 급진 이슬람세력이 다시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리아 한 정부 고문과 유럽 관료는 시리아 남부 지역 유전과 가스전이 IS(이슬람국가) 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시리아 내전 중 바그너그룹과 이들이 훈련한 민병대 'ISIS 사냥꾼'은 IS가 점령한 유전과 가스전 시설을 탈환했다. 바그너그룹과 ISIS 사냥꾼은 보안을 제공하는 대가로 유전 수익 25%를 얻기로 했다.


반란이 일어나면서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바그너그룹 용병들의 발이 묶였다. 시리아 전직 관료 바삼 바라반디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시리아 팔미라 유전과 가스전에서 바그너그룹 용병들을 ISIS 사냥꾼으로 대체했다. 바그너그룹 용병들은 항구 도시 라타키아에 있는 러시아 국방부가 운영하는 공군 기지에 진입하려다 실패하기도 했다. 바그너그룹의 지휘 체계가 단절되면서 ISIS 사냥꾼들은 혼란에 빠졌고 급여가 대폭 삭감될 위기에 처했다고 바라반디와 유럽 관료는 전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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