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연령대인 60대 이상 소비자들은 올 상반기 소형 트럭인 포터를 가장 많이 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 상반기 60대의 신차 구매 증가율도 모든 세대를 통틀어 1위였습니다.
이는 국내에서 다수의 인구 비중을 차지하는 베이비부머(1955년~1963년생)의 막내 격인 1963년생들이 올해 '은퇴 정년(만 60세)'을 맞이하면서 생계형 창업 등 '제2의 삶'에 뛰어든 영향으로 보입니다.
9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올 상반기 신차 등록 차종을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60대가 가장 많이 등록한 신차는 현대차의 소형 트럭 포터로 1만1140대였습니다. 현대차의 대표 세단 그랜저는 1만380대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뒤를 이어 기아 봉고 5797대, 기아 쏘렌토 5209대, 현대차 투싼 5181대가 차지했습니다.
이 기간 60대는 14만4793대의 신차를 등록한 점을 감안하면 10명 중 2명꼴(18.8%)로 소형 트럭이나 중형 세단 그랜저를 택하는 셈입니다.
70대가 등록한 신차 순위도 비슷합니다. 포터(2554대), 그랜저(2294대), 봉고(1383대) 순입니다. 포터는 20~40대에서도 9965대나 등록됐습니다. 50대는 13만097대의 포터를 신차로 등록했습니다. 장년·노년층으로 올라갈수록 소형 트럭 비중이 뚜렷하게 증가했습니다.
올 상반기에 새 자동차를 샀다고 가장 많이 등록한 세대는 50대(18만470대)였습니다. 신차 등록 증가율은 60대 이상(34.2%)이 가장 높았습니다.
포터와 봉고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생계형 차량으로 많이 사용됩니다. 불황일수록 이 두 차량을 생계 수단으로 삼는 사람이 늘어 판매량이 늘곤 합니다. 최근에는 배달·택배 수요가 늘며 이 분야에 진출하는 사람이 많아 찾는 사람이 꾸준하다고 합니다.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소형 트럭을 구매했다는 게시글을 보면 '탑차(박스 모양의 화물칸을 갖춘 트럭)'와의 연관성도 높아보입니다.
자동차 거래 플랫폼 엔카 관계자는 "소형 트럭 수요 증가는 경기 불황 여파와 더불어 비대면 물류 운송 시장 확대 등 복합적 요인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소형 트럭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중고차 시장을 보면 이런 현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포터 중고차는 올 상반기 7만1730대가 거래돼 중고차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올 상반기 승용차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린 중고차 기아 모닝이 2만3876대가 거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포터는 이보다 3배 이상 더 팔린 셈입니다. 봉고 중고차 역시 4만5433대가 거래돼 전체 2위입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인테리어 사업을 하는 A씨(48세)는 "자영업자들이 장사를 접기 위해 보유했던 트럭을 팔고 실직자나 은퇴자들이 소형 트럭을 사는 구조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