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학원과 일타 강사들에 대해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이 사실입니까?”(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위원님께서도 아시다시피 개별 납세자의 과세정보라…” (김창기 국세청장)
“언론에 보도된 것조차도 납세자 정보라고 답변을 안 합니까? 여기 국회예요. 국회!” (김태년 민주당 의원)
“개별 사업자의 세무조사 여부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김창기 국세청장)
지난 5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선 대형 입시학원과 이른바 ‘일타강사’를 겨냥한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놓고 여야 간 격론이 벌어졌다. 야당은 국세청이 윤석열 대통령의 ‘사교육 카르텔’ 조사 지시에 따라 세무조사라는 칼을 휘둘렀다고 비판했다. 여당은 학원가는 지속적인 탈세 분야 관리 대상이라며 문재인 정부에서도 비정기 세무조사가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여야 격론보다도 시선을 끈 건 세무조사 여부를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대한 김창기 국세청장의 답변이었다. 김 청장은 야당 의원들의 잇따른 질문에도 어떤 답을 하지 못했다. “국세청장님 특기가 얼버무리는 건데 정확하게 얘기하라”는 야당 의원의 공격에도 김 청장은 속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진행 중인 세무조사 관련 자료 제출에도 김 청장은 구체적인 자료 공개를 사실상 거부했다. 보다 못한 여당의 류성걸 의원도 “답변하실 때 법과 원칙에 따라서 하되 위원들의 질문사항에 대해서는 해소될 수 있도록 범위 안에서 답변해 달라”고 당부했다.
국세청장이 대형학원과 일타강사에 대한 세무조사 여부를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국세청 공무원들은 법률상 세무조사에 대한 비밀 유지 의무가 있다. 국세기본법 제81조에 따르면 ‘세무공무원은 납세자가 세법에서 정한 납세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제출한 자료나 국세의 부과·징수를 위해 업무상 취득한 자료 등을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하거나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대법원 판례도 세무조사 대상자 및 세무조사 과정에서 취득한 정보는 외부에 공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국세청장뿐 아니라 국세청 관계자들도 이번 세무조사 여부에 대한 기자들의 잇따른 확인 요청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렇다면 대형학원 등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 여부가 언론 등 외부에 알려진 연유는 뭘까. 한 전직 국세청 고위 간부는 “비정기 세무조사를 진행할 때 수십명의 조사관들이 일제히 기업 본사로 불시에 들이닥쳐 회계 장부 및 세무 관련 자료를 확보한다”며 “해당 업계에서 소문이 안 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메가스터디 등 대형 학원에 대한 세무조사가 진행됐다는 사실은 학원업계에서 가장 먼저 알려졌고, 이런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세무조사를 받는 당사자나 제 3자가 세무조사 여부를 공개하는 건 법적으로 제한받지 않는다. 통상 유명 연예인이나 유튜버에 대한 세무조사 여부가 뒤늦게 알려지는 것도 대부분 해당 업계에서 흘러나온 ‘소스’에 따른 것이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김 청장에게 대통령실 지시가 있었는지 캐물었다. 특히 국세청이 대통령실이나 정부 입맛에 따라 사정의 칼을 휘두르는 청부 용역업자가 됐다고 날을 세웠다. 특히 메가스터디에 대한 세무조사를 맡은 곳은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다.
서울청 조사4국은 정기 세무조사가 아니라 비정기 특별 세무조사를 담당한다. 국세청에서 내로라하는 ‘에이스’ 조사관들이 배치된 부서다. 국세청장이나 서울지방국세청장의 승인이 있어야만 세무조사에 나선다. 야당 의원들이 대통령실 지시 여부를 캐물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청장은 “개별 세무조사는 국세기본법에 따라 독립적으로 결정하고 조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별도로 다른 기관과 소통하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전직 국세청 고위 관계자는 “단순한 추정만으로 개인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들어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세무조사에 착수하기 전부터 오랫동안 관련 자료를 축적해 분석하는 작업을 거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사4국의 특별조사를 받는다는 것은 내부 정보 등을 통해 탈세 혐의가 포착됐다는 뜻”이라며 “이번에 입시학원 세무조사도 상당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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