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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부 유출 부르는 산업 스파이 처벌, 간첩죄 적용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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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의 해외 유출을 간첩죄로 처벌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올해 초 발의됐으나 법원과 일부 야당 의원의 반대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다. 갈수록 노골화하는 중국의 반도체 기술·인력 빼가기를 막기 위해서라도 국부(國富)인 핵심기술 유출을 엄벌하는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3월에 이어 지난달 말에도 간첩죄 개정을 담은 형법 개정안 4건을 심사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개정안은 간첩죄 적용 대상에 ‘외국’을 추가해 기술유출 처벌 범위를 확대하고 수위도 높이는 게 골자다. 현행법상 간첩죄는 대상을 ‘적국’으로 한정해 북한을 위한 간첩 행위만 처벌 대상이다. 국가 간 기술 경쟁이 우방과 적성 국가를 가리지 않는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그간 기술유출 범죄엔 산업기술보호법을 적용한 데다 양형 기준도 낮아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2021년 기준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사건 33건 중 87.8%가 무죄와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징역형은 단 2건이었다. 이처럼 법 개정이 시급하지만 법체계 충돌 등의 우려가 제기되면서 개정안 추진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법원은 산업기술 유출은 산업기술유출방지법으로, 군사기밀 유출은 군사기밀 보호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데 간첩죄를 또 추가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비슷한 범죄 행위를 여러 법률로 처벌하면 법체계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경제 스파이법’을 여러 차례 개정해 국가 전략기술 유출을 간첩죄로 가중 처벌하고 있다. 피해액에 따라 징역 30년형 이상도 가능하다. 대만도 지난해 국가안전법 개정을 통해 경제·산업 분야 기술유출을 간첩 행위에 포함했다. 일본은 지난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첨단기술을 보호하고 공급망을 강화하는 내용의 경제안전보장법을 제정했다. 각국이 이처럼 첨단기술 보호망을 촘촘히 짜고 있는 것은 첨단기술이 국운을 좌우하는 기술패권 시대이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통째로 중국에 복제하려는 범죄가 발생하는 등 기술유출 범죄가 날로 대담해지고 있다. 넋 놓고 있다가는 국가 경쟁력의 근간인 첨단기술을 다 빼앗기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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