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천동설 손절하기>는 진보 경제학의 실상과 허상을 가감없이 드러낸 책이다. ‘따뜻한 경제학’ ‘착한 경제학’이라는 말로 포장된 주장들의 특징과 어폐 그리고 부작용을 파헤쳤다.
책은 나라를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을 ‘신자유주의의 대안’ ‘참여민주주의의 살아 있는 표본’으로 추앙했던 학자들을 공개한다. 무상 복지의 포퓰리즘으로 대중을 현혹한 리더를 추앙했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그 때의 잘못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또 다시 ‘대안 경제학’이라는 이름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저자는 <시장이 진보다> <시대의 질문에 답하다> 등을 펴낸 백광엽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이다. 그는 각종 경제학 이론과 데이터를 통해 진보 경제학자 100여명에 대한 날 선 비판을 제기한다. 장하준 김상조 이정우 등 이름난 학자나 관료들에게도 직격탄을 날린다. 한 마디로 ‘작정하고 쓴 책’이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부터 경부고속도로 건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까지. 저자는 이런 초대형 경제 사건들에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다. 진보 경제학이 형태만 달리했을 뿐, 변함없이 ‘딴지’를 걸어왔다는 것이다. 이들은 탄탄한 이론을 갖추기보단 감정에 호소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예를 들어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진보 경제학계는 ‘외국 자본과 결탁한 토착 자본이 국민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매판자본론’으로 불렸던 이 이론은 1986년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하자 사그라들었다. 그러자 1990년대부터는 한국 시장이 외국 자본의 노예가 될 것이라는 ‘종속론’을 들고나왔다. 이마저도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네 마리 용’의 성장세가 꺾이지 않자 잠잠해졌다.
저자는 코너에 내몰린 진보 경제학자들이 새롭게 꺼내든 무기가 ‘불평등’이라고 강조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에서 자본의 어두운 이면이 부각된 게 자양분이 됐다. 질투와 분노를 부추기는 ‘헬조선 전략’으로 다시 진보 경제학이 고개를 들었는 분석이다.
문재인 정권에서 추진한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는 서릿발같은 매서움으로 비판한다. 백 논설위원은 “빈약한 이론적 토대의 진보 경제학적 해법에 의존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패는 예고된 것”이라며 “해외에서 잘나가는 ‘신상 경제이론’이라고 주장하지만, 모두 실패한 과거의 무한 반복에 불과하다”고 역설한다.
책은 진보 경제학을 ‘경제 천동설’이라고 표현한다. 고정된 지구를 중심으로 천체가 움직인다는 천동설은 17세기 무렵까지 로마 교황청이 옹호한 이론이다. 과학적 분석과 합리적 추론이 아닌, 막연한 믿음의 결과였다. 그래도 지구는 돌았다. 경제를 차갑고 냉철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싶은 독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