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부에 때이른 폭염이 이어지는 등 기상이변이 속출하는 가운데 올해 지구 온도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다. 엘 니뇨 현상이 발생할 확률도 높아지며 올해 역대 최고 기온이 계속 경신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국립환경예보센터(NCEP)는 지난 3일 세계 평균 기온이 17도를 기록했다. 2016년 8월 기록한 종전 최고치인 16.9도를 갈아치운 것이다.
전문가들은 환경 위기가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프리데리케 오토 그랜섬 기후변화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이 지표는 사실상 지구 생태계에 대한 사형 선고다"라며 "불행히도 엘 니뇨 현상 때문에 지구 온도는 더 상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해 지구 온도는 더 상승할 전망이다.
이날 세계기상기구(WMO)는 7~9월에 엘 니뇨 현상이 발생할 확률이 90%에 달한다고 밝혔다. WMO는 이번에 엘니뇨가 발생하면 강도가 최소 ‘중간급’일 것으로 예상했다. 1951년 이후 발생한 23차례의 엘니뇨 가운데 강도가 중간급 이상인 경우는 19차례다.
엘니뇨는 열대 태평양 표층 수온이 평년에 비해 높아지는 기후변동 현상으로, 전 지구적으로 기온과 강수량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실제 올해 2월 이후 열대 중동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 편차는 크게 상승해 지난달 14일엔 0.9도가 상승했다.
엘 니뇨가 나타나면 지구 온도는 더 상승한다. 2016년이 '역대 가장 더운 해'가 된 것도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와 매우 강했던 엘니뇨 영향 때문이었다. 엘니뇨 발생 확률이 커지면서 올해 기록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엘니뇨가 시작하면 세계 각지에서 기온 기록이 경신될 가능성이 커지고 극심한 더위가 촉발될 것"이라면서 "엘니뇨가 발생했다는 WMO의 선언은 보건과 경제, 생태계에 끼쳐질 영향에 각국 정부가 대비해야 한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엘 니뇨가 발생하기 전부터 이상고온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남극 대륙의 해빙 규모도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기후 위기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다. 미 항공우주국(나사) 지구관측소에 따르면 지난 2월 2일 남극 해빙의 범위는 179만㎢를 기록했다. 1979년 위성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저치로 감소한 것이다.
지구 해수면 온도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미국 메인대 기후변화연구소에 따르면 해수면 평균 온도는 지난달 14일에 20.87도를 기록했다. 이는 2016년 같은 날의 20.64도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상기후 현상도 속출하고 있다. 인도에선 연일 40도를 넘으며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100명을 넘겼다. 브라질에선 폭우와 강풍을 동반한 사이클론이 나타나 13명이 숨졌다. 극지방인 시베리아의 온도도 36도를 넘나들었다.
이상고온 현상에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달 424ppm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18세기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하면 50% 이상 높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짙어질수록 지구온난화가 가속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지난 수백만 년 동안 볼 수 없었던 영역으로 들어섰다”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