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0월 '이해충돌' 논란이 빚어지면서 방위산업체 주식을 전량 매각했을 당시, 공개된 종목을 따라 산 한 여권 인사가 엄청난 수익률을 올린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대박을 터트린 주인공은 바로 박기녕 국민의힘보좌진협의회(국보협) 대변인이다. 김은혜 경기지사 캠프, 원희룡 대선 캠프 등에서 대변인을 지낸 바 있는 박 대변인은 4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님 고맙습니다!'라는 제목의 글과 수익률 인증샷을 캡처해 올렸다.
사진을 보면 박 대변인은 이 대표가 지난해 4~5월 사이 매입했던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을 6주씩 사들여 각각 54.22%, 22.77%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11만283원에 산 HD현대중공업은 이날 기준 13만5700원으로, 7만6733원에 산 HD한국조선해양은 11만8600원으로 뛰었다.
박 대변인은 "대선에서 패배를 하고도 주식을 사는 정신력을 가진 그의 투자실력이 궁금했다. 비록 당사자는 여론의 뭇매에 매도했지만, 나는 똑같은 종목을 샀다"고 투자 배경을 밝혔다. 그는 '이재명이라는 사람에 대한 믿음' 때문에 투자를 결심했다고.
이어 "내가 이재명이란 사람에게 가진 믿음이란, 불법과 편법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일하는 악랄한 존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역시 나는 틀리지 않았다. 내 포트폴리오의 평균 수익률을 상회하는 그의 종목이 증명해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부동산부터 코인, 주식까지 투자 전문가들이 모인 집단이 분명하다"며 "내 믿음이 확신으로 바뀌었으니 이 종목들을 매도해야겠다. 그리고 그 수익금은 가족과 함께 치킨을 사 먹겠다"고 글을 맺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해 6월 1일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 국방위원회에 배치됐다. 그러나 이후 국회가 공개한 국회의원 재산공개 내역에서 이 대표가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전인 같은 해 4~5월 사이 한국조선해양 1670주, 현대중공업 690주를 총 2억3125만원 규모로 취득한 사실이 드러났다.
두 기업은 해군에 함정 관련 납품을 하는 '방산주'로 분류돼 국방위 소속인 이 대표를 두고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졌었다.
당시 민주당은 "해당 주식은 보궐선거 출마를 결정하기 전 보유했던 것으로 국방위 활동과 무관하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결국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13일 해당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
이 대표의 이런 투자 이력은 최근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코인 논란에도 여러 차례 소환됐었다. 국민의힘은 지난 5월 논평을 통해 "이재명 키즈'라는 김 의원은 대선 패배 후 후유증으로 당과 지지자들이 상심하든 말든 방산 주식 재테크에 여념 없던 이재명을 닮아도 너무 닮았다"고 했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