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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지속하는 동시에 경기침체까지 피해 갈 수 있다는 낙관론이 과도하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통화 당국이 추가 긴축을 예고한 상황에서 세계 경제의 경착륙(hard landing)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니엘 J 아이버슨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사진)는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시장은 각국 중앙은행들이 경기침체를 피해 갈 수 있다고 과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핌코는 1조8000억달러(약 2374조원) 규모의 자산을 굴리는 세계 최대 채권 전문 운용사다. 독일 보험사인 알리안츠그룹이 소유하고 있다.
아이버슨 CIO는 “금리를 계속해서 높여야 한단 요구가 강해질수록 긴축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도 커지는 법”이라며 “경제 상황이 더욱 극단적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위험성도 덩달아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사례를 볼 때 금리 인상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가시화되기까지는 통상적으로 5~6개 분기의 시간이 걸렸다는 설명이다.
아이버슨 CIO는 시장이 통화 당국의 의사 결정 능력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중앙은행이 양질의 판단을 통해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 낼 것이란 자신감이 만연하다”며 “기준금리를 수익률 곡선(채권시장 금리 전반)의 움직임만큼 빠르게 통제할 수 있다는 데 너무 낙관적”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각국의 물가 상승률이 높게 유지되고 있는 만큼 긴축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최근 몇 달간 미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에서 5% 수준이 유지됐다. 영국에선 지난 5월 7.1%까지 치솟았다. 아이버슨 CIO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2%)를 큰 폭으로 웃도는 수준이 유지되는 한, 경제 상황이 악화하더라도 금리를 낮추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주요국 경제의 경착륙 시나리오를 미리 고민하고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아이버슨 CIO의 주장이다. 지난해 급격한 실적 악화를 겪었던 핌코는 올해 들어 국채, 회사채 등 “좀 더 방어적이고 유동적인” 상품 위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했다. 이런 전략으로 1분기에만 140억유로(약 20조원)의 자산을 끌어모았다고 알리안츠그룹은 밝혔다.
고정적인 수익을 담보하는 안전 자산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은 시장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각 운용사가 고수익 채권(투기 등급 기업이 발행한 채권 등) 대비 투자 적격 등급 채권 비중을 확대한(overweight) 정도는 2008년 이후 가장 높았다.
아이버슨 CIO는 “미국 경제의 경우 여전히 연착륙(soft landing)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보지만, 경기침체에 취약한 영역만큼은 (투자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는 25~2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미국에선 고용 둔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의 조사 결과 오는 7일 발표될 6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전월보다 20만명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33만9000명이었던 5월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랠리를 지속하고 있는 미 증시에 “거품이 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호세 토레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마켓워치 인터뷰에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정부가 방출한 유동성이 언제 고갈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올해 남은 기간 상승장을 이끌 재료가 모두 소진됐다고 지적했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S&P500지수는 올해 상반기 15.9% 올랐다. 2019년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