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엔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발행한다. 엔화 표시 외평채 발행은 처음이다. 8년 만에 한·일 통화스와프를 복원한 데 이어 한·일 경제협력이 속도를 내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도쿄 페닌슐라호텔에서 일본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라운드테이블을 열었다. 모임엔 미쓰이스미토모, 미즈호, 미쓰비시 등 일본 3대 은행을 비롯해 노무라자산운용 등 10개 기관이 참가했다. 일본에서 부총리 주재 투자자 라운드테이블이 열린 것은 2006년 이후 17년 만이다.
추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올해 엔화 표시 외평채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외평채는 환율 안정을 위해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으로 외국환평형기금의 주요 재원이다. 일본 투자자 입장에선 한국 국채를 엔화로 투자할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외평채는 한국의 국가 신용도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일본 채권시장에서 발행하는 엔화 표시 채권인 ‘사무라이본드’와는 차이가 있다.
정부가 달러화나 유로화 표시 외평채를 발행한 적은 있지만 엔화로 발행하는 건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외화 확보를 위해 재일 동포 등을 대상으로 엔화 표시 외평채를 발행한 적이 있는데, 이는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발행하는 통상적인 외평채와는 다르다고 기재부는 밝혔다. 추 부총리는 “이번 외평채 발행이 일본 금융기관들에 우량 한국물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한국 기업·금융회사 엔화채 발행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또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 국채 통합계좌 개설, 외환시장 대외 개방 등 자본·외환시장 개선 의지를 밝혔다. 일본 투자자들도 “한국 정부의 외평채 발행은 매력적인 투자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기재부는 전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