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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저성능 AI 반도체'까지 中 수출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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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기존보다 더 강력한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업체들이 수출 규제의 빈틈을 이용해 개발한 ‘변형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중국 내 AI 칩 밀수 시장이 급성장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고강도 조치를 꺼내 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엔비디아가 규제 대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가 이르면 다음달부터 중국을 비롯한 우려 국가에 AI 칩 수출을 허가하는 기준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이 여전히 무기 개발과 각종 해킹에 미국의 AI 칩을 사용하고 있다고 보고 상무부가 수출 제한 규정을 추가할 것이란 설명이다.

WSJ는 AI 칩을 중국에 판매 중인 엔비디아와 AMD가 핵심 규제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엔비디아는 그동안 AI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인 중국 기업에 그래픽처리장치(GPU) 반도체를 공급해왔다.

GPU는 챗GPT 같은 생성형 AI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칩이다. 엔비디아는 세계 AI용 GPU 시장에서 90%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 기업 중에선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이 엔비디아로부터 GPU를 공급받고 있다. 대표적인 GPU 제품이 ‘A100’과 A100의 개량형인 ‘H100’이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상무부가 반도체 수출 규제 방안을 내놓으면서 엔비디아는 이 제품들을 중국에 판매할 수 없게 됐다. 그러자 엔비디아는 상무부의 수출 금지 기준을 피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였다. 데이터 전송 속도 등을 늦춰 중국 수출용 버전인 A800과 H800을 따로 개발해 중국에 납품했다.

WSJ는 상무부가 이번에 추가 조치를 취하면 A800의 중국 수출도 금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다음달 초로 예정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중국 방문 이후 새로운 수출 통제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에 따라 대화 정국으로 바뀐 미·중 관계가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중국에 GPU 수출 차단 목적
미국이 추가 수출 통제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기존 조치로는 중국 내 미국 AI 칩 사용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내에 GPU 밀수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상하이의 반도체 엔지니어 탕모씨는 SCMP에 “중국 내 AI 칩 수요가 많기 때문에 GPU 밀수가 큰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이 됐다”고 말했다. 중국에는 탕씨처럼 첨단 GPU를 불법적으로 공급하는 중개업자가 수천 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와 바이두 등이 챗GPT 같은 생성형 AI 개발에 뛰어들면서 중국 내에 GPU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를 피해 A800 등을 중국에 수출하면서 중국에서 GPU 구하기가 더 쉬워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바이두가 초기에 챗GPT 대항마로 ‘어니봇’을 개발할 때만 해도 GPU로 A100을 썼는데 미국의 수출 규제 이후 A800으로 교체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의 AI 기술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추가 규제의 배경이 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미국과 중국의 AI 관련 거래 규모 차이가 빠르게 줄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까지 중국의 AI 벤처 거래 건수는 미국의 절반 수준에 그쳤지만 올 들어선 3분의 2 수준으로 늘었다. 중국 스타트업 바이촨의 왕샤오촨 대표는 블룸버그에 “생성형 AI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보다 3년가량 뒤져 있지만 3년 내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정인설/베이징 강현우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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