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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 영국의 소매점에서 절도와 폭력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생활비 부담이 커지자 매장에서 물건을 훔치고, 직원들에게 폭언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영국 자선단체 리테일트러스트가 마트 등 소매점 종사자 1500명을 대상으로 최근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0%는 업무 부담으로 정신 건강이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또한 소매업 관리자 중 50%는 직원 결근이 늘었다고 답했다.
리테일트러스트는 설문을 통해 매장에서 소비자들의 폭언과 폭력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직원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응답자들에 따르면 생필품을 훔치는 직원들도 있었다. 쇼핑객과 마찬가지로 직원들도 물가 상승으로 인한 압박을 받고 있어서다.
리테일트러스트는 “한 소매업체는 공격적인 소비자로부터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으며, 또다른 소매업체는 자살 충동을 느끼는 직원들이 현저히 늘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소비자들이 마스크 착용 요건과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불만을 소매업체 직원에게 표출하며 폭력 사례는 늘었다. 블룸버그는 “그러다 최근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으면서 절도가 더 흔해졌고, 매장 직원들은 이를 제지하려다 더 많은 폭력과 위협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올 들어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둔화되는 흐름 속에서도 영국의 인플레이션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영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8.7% 올라 전월과 동일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7.1%로 전월(6.8%)보다 더 올랐다. 5월 소매판매도 전월 대비 0.3% 증가하며 0.2% 감소를 예상한 전문가 예상치를 빗나갔다.
때문에 지난 22일 영국 영란은행은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다.
영국 소매업체들은 직원들의 업무 환경을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다. 리테일트러스트의 설문에서 응답자 중 3분의 1은 인플레이션에 상응하거나 그 이상의 임금 인상을 단행했으며, 응답자의 절반은 청구서 납부 지원, 급여 선지급 또는 무이자 대출과 같은 여러 형태의 재정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답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