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25년에 8인치 GaN(질화갈륨) 전력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서비스를 시작한다. GaN은 차세대 전력반도체로 실리콘 반도체의 한계를 극복해 시스템의 고속 스위칭과 전력 절감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초격차’ 기술과 첨단 공정 혁신으로 인공지능(AI) 기술 패러다임을 주도하고, 고객사를 확대해 선두주자인 TSMC를 따라잡는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공장을 먼저 짓는 ‘쉘 퍼스트’ 전략을 통해 2027년 생산능력을 2021년 대비 7.3배로 확대해 늘어나는 고객 수요를 흡수할 계획이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27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 시그니아호텔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에서 “2025년에 컨슈머, 데이터센터, 차량용을 위한 GaN(질화갈륨) 전력반도체 파운드리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고객 다변화를 통해 매출 규모를 더욱 키우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6세대 이동통신(6G) 선행 기술 확보를 위해 5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RF 공정도 개발해 2025년 상반기에 양산한다. 5나노 RF 공정은 기존 14나노 대비 전력효율이 40% 향상되고, 면적은 50% 감소한다. 또한 현재 양산 중인 8나노, 14나노 RF 공정을 스마트폰 외에 자동차 등 다양한 응용처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2나노 제품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2나노 공정부터는 업계 1위인 TSMC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포럼에서 삼성전자는 2나노 양산 계획과 성능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2025년 스마트폰 중심으로 2나노 공정(SF2)을 양산하고, 2026년 고성능 컴퓨팅(HPC) 공정, 2027년 차량용 공정으로 확대한다. SF2 공정은 SF3 대비 성능은 12%, 전력효율은 25% 각각 향상된다. 면적은 5% 감소한다. 또한 2027년 1.4나노 양산을 통해 기술 리더십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쉘 퍼스트’ 전략의 일환으로 한국 평택과 미국의 테일러에 반도체 클린룸을 선제적으로 건설하고 있다. 2027년 클린룸의 규모는 2021년 대비 7.3배로 확대된다. 그동안 고객사가 주문한 수요에 맞춰 라인을 운영했지만, 앞으로는 라인을 먼저 구축한 뒤 고객을 받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한국 평택 3라인에서 스마트폰 등 다양한 응용처의 파운드리 제품을 본격 양산할 계획이다. 현재 건설 중인 미국 테일러 1라인을 계획대로 올해 하반기에 완공하고, 내년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가동할 예정이다. 평택과 테일러에 이어 국가산업단지로 조성 중인 용인으로 생산거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날 포럼에선 삼성전자 주도로 출범을 준비중인 MDI 얼라이언스에 대한 관심이 모아졌다. 이는 글로벌 SAFE 파트너와 메모리, 패키지 기관, 테스트 분야 기업이 상호 협력해 보다 경쟁력 높은 제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진만 삼성전자 미주 총괄 부사장은 "MDI는 2.5차원과 3차원 이종집적 패키지 기술 생태계 구축을 통한 적층 기술 혁신을 이어갈 것"이라며 "파트너와 함께 '최첨단 패키지 턴키 서비스'를 제공해 무어의 법칙(반도체의 집적도가 2년마다 2배로 늘어난다는 이론)을 넘어서는 비욘드 무어 시대를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종집적 패키지 기술이란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반도체를 하나의 반도체처럼 동작하도록 하는 패키지 기술이다.
이날 행사에는 파운드리 사업부 주요 고객과 파트너 총 700여명이 참석했다. 38개 파트너사는 행사장에 부스를 마련해 최신 파운드리 기술 트렌드를 공유했다. 최시영 사장은 “많은 고객사가 자체 제품과 서비스에 최적화된 인공지능(AI) 전용 반도체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AI 반도체에 가장 최적화된 GAA 트랜지스터 기술을 계속 혁신하며 AI 기술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겠다”고 강조했다.
파운드리 포럼 이튿날인 28일에는 ‘혁신이 속도를 가속화한다’라는 주제로 ‘SAFE 포럼’도 개최한다. 이 포럼은 삼성 파운드리의 고객과 파트너사가 모여 첨단 파운드리 기술과 트렌드를 공유하는 행사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계종욱 부사장은 “100여개의 SAFE 파트너와 함께 협력해 최첨단 공정 및 이종 집적 기술 도입에 따라 높아지는 설계복잡도를 최소화하고 있다”며 “이번 포럼을 계기로 SAFE 생태계의 양적, 질적 성장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달 세계 최초로 3나노 양산을 시작한 지 1주년을 맞았다. 급성장하는 3나노 이하 파운드리 시장 공략을 위해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GAA를 작년 6월 3나노에 처음 도입했다. GAA는 기존 트랜지스터 구조인 핀펫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파운드리 기술이다. 테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이는 차세대 반도체 핵심 기술이다. 현재까지 GAA 트랜지스터 구조를 도입한 파운드리 업체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경계현 사장은 “GAA에 대한 고객의 반응이 매우 좋다”며 “고객사명을 언급할 수 없지만, 알 만한 거의 모든 기업이 같이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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