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6월 27일 11:2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의 신용등급이 A+급에서 A급으로 강등됐다. 지난해 초 한국미니스톱 인수로 시너지 효과를 꾀했지만 오히려 재무 부담 확대와 편의점업계 경쟁 심화 등으로 신용도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이번 상반기 정기평가에서 롯데지주 자회사인 코리아세븐의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내렸다. 코리아세븐의 신용등급이 A급으로 내려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신용평가사들도 코리아세븐의 신용도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도 코리아세븐의 신용등급에 ‘부정적’ 꼬리표를 달아놓은 상태다.
지난해 초 미니스톱을 인수한 이후 영업실적이 더 악화됐다는 게 한신평의 설명이다. 코리아세븐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32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78억원)과 비교하면 적자 폭이 4배가량 커졌다.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의 브랜드 통합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등이 적자 폭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재무 부담도 늘어나는 추세다. 미니스톱 지분 취득 금액(3225억원) 등으로 자금 소요가 늘어난 탓이다. 코리아세븐의 순차입금은 연결기준 2018년 말 616억원에서 올해 3월 말 8902억원까지 확대됐다.
편의점업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데다 합병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도 부담이다. 편의점업계는 GS25와 CU가 1위 경쟁을 하고 있다. 업계 3~4위인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도 세력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한신평은 “편의점 점포 포화와 후발주자의 공격적인 확장전략으로 신규 출점에 대한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도가 떨어지면서 공모채 발행도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코리아세븐은 2018년 공모채 시장에 데뷔한 이후 매년 공모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하지만 2021년 9월 이후 공모채 시장을 찾지 않고 있다. 신용도와 실적이 흔들리면서 공모채 수요예측 미매각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대신 사모채 의존도는 높아지고 있다. 코리아세븐은 지난 10월 2년물 사모채 200억원에 이어 지난 23일 3년물 사모채 900억원을 발행했다.
신용보증기금이 지원하는 채권담보부증권(P-CBO)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8월과 9월 총 1000억원어치 P-CBO를 찍었다. P-CBO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회사채와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제공해 발행하는 증권이다. 주로 중소?중견기업들이 활용하는 창구지만 공모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우회 조달을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