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존 리 키즈'로 알려진 박정임 전 메리츠자산운용 수석매니저가 자산운용사를 새로 차려 독립에 나섰다. 모든 임직원들을 회사 주주로 두는 등 투자자들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26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전 수석이 최대주주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케이프리덤자산운용(가칭)은 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일반 사모집합투자업'으로 등록 인가를 마쳤다. 그가 메리츠자산운용을 떠난 지 6개월여 만의 독립 행보다.
박 전 수석이 이번에 설립한 케이프리덤자산운용은 임직원 총 7명(비상근 감사 제외)으로 이뤄졌다. 이 가운데 증권감독원(현 금융감독) 법무팀 출신의 정경호 준법감시인을 제외한 6명(박정임·김혜윤·서건우·이유진·이송기·양이천)은 전부 메리츠자산운용 출신이다.
케리프리덤운용 관계자는 "올 2월께부터 초기 창업 멤버들을 중심으로 자산운용사 설립을 논의해 왔다"고 말했다.
박 전 수석은 2006년 미국 뉴욕 UBS에서 에쿼티 세일즈(Equity Sales)로 일할 당시 존 리 전 대표를 고객으로 만났다. 이 때 이어진 인연이 햇수로 17년째여서, 시장에선 '존 리 키즈'로 불려왔다. 1999년 주식투자 분야에 입문한 박 수석은 뉴욕(UBS)과 홍콩(BNP 파리바) 등에서 근무하다 존 리 전 대표의 제안으로 투자팀에 합류했다.
작년 존 리 전 대표와 박 전 수석 등은 메리츠자산운용 일부 임직원과 내홍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박 전 수석은 개인 사회관계망(SNS)에 CEO레터 등을 올려 "지난 5년여간 밤낮없이 일했던 곳에 육아휴직 신청을 한 뒤 일방적 계약만료 통보를 받았다"며 "다음 세대들을 위해 꼭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성별 등에 대한 유리천장을 없애는 노력보다는 유리천정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한국 기업을 만들어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제 자산운용업에서 수평적 조직 구조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기나긴 여정이겠지만 의미있는 여정일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박 전 수석은 대기업들에서 사원, 대리급 직원들의 퇴사가 증가하고 역피라미드 조직 구조가 생기기 시작한 것과 관련해서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이런 배경으로 케이프리덤자산운용이 설립되는 사옥에는 직원 자녀들을 위한 공간도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사측은 박 대표가 '존 리 키즈'로 시장에 알려진 것은 맞지만 케이프리덤운용은 존 리 전 대표와는 무관하단 입장을 전했다. 회사 측은 "이번에 설립한 운용사는 존 리 전 대표와 전혀 관계가 없다"며 "메리츠자산운용 전 직원들 가운데 철학에 공감하고 의견이 맞는 이들이 모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내 자산운용 업계에도 박 대표와 같이 여성 리더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대표, 이원선 트러스톤자산운용 CIO(전무), 이수형 파인아시아자산운용 대표 등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투자 업계에는 아직도 여성이 수적으로 상당한 열세"라며 "리더들이 계속 생겨나는 것은 시장에도 긍정적으로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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