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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대재해 예방 해법, 바로 디자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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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때문에 안 그래도 힘든 중소기업을 더욱 옥죄는 소식이 기다리고 있다. 내년에 중대재해처벌법이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된다. 인력과 재원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코앞에 닥친 법 시행을 대비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법의 실효성을 위해 중소기업이 안전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안전사고 예방을 지원하는 데 의외로 효과적인 수단이 있다. 디자인이다. 보편적인 인식과 다르게 디자인은 미(美)의 실현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그 어원이 계획하다, 설계하다 등의 뜻을 가진 ‘데시그나레(designare)’라는 점에서 유추해 볼 수 있듯이 디자인은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려는 목적성을 띤다. 이해관계자들의 심리·행동적 요인에 관한 탐구를 통해 수요자가 자각하지 못하는 문제점까지 찾아내는 것이 디자인의 특징이다. 디자인을 통해 안전을 위협하는 가시적·잠재적 요소를 파악해 중소사업장에 적합한 해결 방향을 도출할 수 있다.

게다가 디자인은 사람의 특정 행동을 유도하는 힘이 있어 구체적인 사고 방지책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준다. 사물의 재료나 형태가 주는 행동유도성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고속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면 색깔 유도선은 운전자가 도로상에서 올바른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시각적 단서를 제공해 뛰어난 안전 효과를 가져왔다.

디자인을 통한 안전 혁신의 가능성을 본 한국디자인진흥원은 2021년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한 ‘산단 안전 서비스 디자인 간담회’를 기점으로 한국산업단지공단과 산단 안전 증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재 협약을 기반으로 국가산업단지 입주 공장을 대상으로 근로자 중심의 안전 서비스 디자인 개발과 실증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여덟 개 기업을 선정해 기업별 현장 컨설팅과 2개월 이상의 데이터 조사 및 분석을 했고, 총 50개 범위의 실증을 진행했다.

이 실증에 참여한 광섬유 케이블 제조기업 무송지오씨는 현장 리서치를 통해 지게차와 작업자의 동선 혼재, 반복되는 칼날 베임 사고 등 핵심 이슈를 도출했다. 지게차와 보행자의 동선이 분리되도록 도색하고 자석을 이용한 칼날 수거함을 배치했다. 각 참여 기업에 맞는 안전 서비스 디자인을 도입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참여기업 8개사 모두 작업 중 사고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은 본 사업의 성과가 주요 경영 실적으로 인정받아 2022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A등급(우수)을 달성했다.

인지과학과 사용자경험(UX) 디자인의 대부 도널드 노먼은 “사람은 잘못 디자인된 물건 때문에 실수하거나 사고를 당하게 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이 올바른 안전 디자인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사후 처벌이 아니라 사전 예방으로 중대재해를 효과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면서 중대재해를 방지하는 해법은 디자인에 있다. 산업안전을 위한 안전 디자인 확산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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