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이사회는 23일(현지시간) 11차 러시아 제재안 시행을 확정하고 전문을 관보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항공기 부품과 첨단 반도체 등 대(對)러시아 수출 금지품을 수입해 러시아에 재판매하는 등 행위에 관련된 제 3국 기업과 단체 등 87곳이 새롭게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러시아에 드론 공급 사실이 확인돼 이미 제재 중인 이란 기업을 제외하고 다른 제3국 기업 다수가 수출통제 대상으로 처음 포함됐다. 해당 기업들이 러시아의 군사·산업단지를 직접 지원해 군사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및 첨단기술 품목에 대한 수출제한 조처가 필요하다고 EU는 설명했다.
제 대상 기업은 아르메니아, 아랍에미리트(UAE), 우즈베키스탄, 시리아 등의 기업이다. 중국 기업의 경우 본토 소재 기업은 모두 제재대상에서 제외했고, 아시아퍼시픽링크·토단 인더스트리·알파 트레이딩 인베스트먼트 등 홍콩 소재 기업 3곳만 포함됐다. 중국 본토 기업을 포함할 경우 EU의 최대 교역 파트너인 중국 정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EU는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러시아가 무기 등에 사용한 사실이 확인된 15가지 신기술 품목의 러시아 수출을 차단하기로 했다. 자동차의 경우 엔진 크기가 1900㎤를 넘는 모든 신차 및 중고차는 수출이 금지된다. 전기 및 하이브리드 차량도 마찬가지다.
제3국에서 가공돼 EU로 수입되는 철강재에 대해서는 러시아산 원료 등이 활용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환적 등의 수법으로 러시아 석유 수입 금지 또는 주요 7개국(G7) 가격상한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은 EU 항구에 입항이 금지된다. EU 역내에서 제조된 항공 부품 등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되는 제품을 제3국으로 운송할 때 지리적 이유 등으로 러시아를 경유하는 것도 원천 차단하기로 했다.
이 밖에 우크라이나 어린이 유괴·불법 입양에 관여한 러시아 고위 당국자를 비롯한 70여명의 개인 및 33개 기관에 대한 EU 내 자산동결, 출입국 금지 등도 11차 제재안에 포함됐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