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5주 연속 오르는 등 부동산시장 바닥론이 힘을 얻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최고가보다 30% 내린 급매물이 쏟아지던 올초 분위기와 180도 바뀌었다. 전문가들도 하반기 가격 하락을 점치는 의견이 20%에 불과할 정도로 부동산시장이 연착륙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금리 동향과 역전세(이전 계약보다 전셋값 하락) 문제는 시장 불안 요인으로 꼽혔다.
○전문가 48% “아파트값 오른다”
22일 한국경제신문이 부동산 전문가 100명에게 ‘올 하반기 부동산시장 전망’에 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응답자 48명이 하반기 집값이 상반기보다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보합’(32명) 응답까지 포함하면 전체의 80%가 집값이 추가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상승’을 전망한 응답자의 48.3%는 내년 이후 2~3년 집값이 오를 것으로 봤다. 오름폭은 ‘1~2% 소폭 상승할 것’이라는 응답이 27명으로 가장 많았고, ‘3~5% 상승’은 17명, ‘5~10% 상승’ 3명으로 뒤를 이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서울 강남권에서 시작된 반등 흐름이 주변으로 확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반기 서울 등 수도권과 지방 주택시장의 온도 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집값 상승이 두드러질 지역’을 묻는 항목에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가 79.7%를 차지했고 ‘마·용·성·광(마포·용산·성동·광진구)’이 10.2%를 보였다. 반면 ‘세종과 지방 광역시’는 1.7%에 불과했다. 이동주 한국주택협회 산업본부장은 “지방은 미분양과 공급 과잉 등에 따라 가격이 하락하고 수도권은 신규 주택 공급 부족과 규제 완화로 가격이 상승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반기 집값을 결정지을 변수로 ‘금리 동결·인하 여부’(46%), ‘역전세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22%)를 꼽은 응답이 많았다. 이어 ‘분양가 인상과 미분양 지속’(18%), ‘세제, 청약 등 부동산 규제 완화’(14%)가 뒤따랐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미국발 물가 상승에 따른 금리 상승 여부가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분양가 상승과 지방의 7만 가구대 미분양 물량도 시장을 옥죄는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역전세난 ‘뇌관’…“전셋값 하락세 지속”
매매시장과 달리 전세시장은 하반기에도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반기 전셋값 전망을 묻는 항목에 48명이 하락을 예상했다. ‘3~5% 하락’이 22명으로 가장 많았고, ‘1~2% 하락’이 15명이었다. ‘5% 이상 하락’이라고 답한 전문가도 11명에 이르렀다. 보합은 29명이었고, 상승 전망은 23명뿐이었다.전세 사기, 역전세 등으로 전세 기피 현상이 심화하고, 대구 인천 등 하반기 입주가 몰리는 지역이 많은 것도 전세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요인이었다. 이영호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실장은 “하반기 입주 물량이 증가하는 데다 전세 사기 및 역전세 우려 등의 영향으로 전세 시장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임현욱 정산컴퍼니 대표는 “고금리로 인해 전세자금대출 이자보다 월세가 저렴하다”며 “월세 선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시장 안정 방안에 대해선 ‘임대차 3법을 폐지하거나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2020년 7월 말 시행된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로 인해 전세 시장에는 이중·삼중 가격이 형성돼 있다. 여러 가격이 혼재한 시장이라 급등락하는 구조가 반복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전세사기 피해 구제뿐 아니라 역전세 해결 등 전세시장 안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며 “빌라와 나홀로 아파트, 오피스텔 등의 가격을 제대로 산정할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소현/심은지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