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 왼쪽)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독재자로 지칭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전에도 시 주석을 독재자로 표현한 적이 있지만,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 이후 대화국면으로 전환된 시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미·중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모금행사에 참석해 "우리가 정찰풍선을 격추했을 때 시 주석은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몰라 매우 화를 냈다"고 말했다. 이어 "정찰풍선이 알래스카를 지나 미국 본토로 날아가던 중 경로를 벗어났는데 시 주석은 그것에 대해 알지 못했다"며 "무슨 일이 발생했는 지 몰랐다는 건 독재자들(dictators)에게 정말 창피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시 주석을 직접 독재자로 부르지는 않았지만 시 주석이 처한 상황을 얘기하면서 '독재자들'이란 표현을 써 사실상 시 주석을 독재자 범주 안에 넣은 것이다. AFP 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을 독재자들과 동일시했다"고 해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전에도 시 주석을 수차례 독재자로 불렀다. 정찰풍선 사건이 있은 뒤인 올 3월에 폴란드를 방문해 "푸틴과 시진핑은 독재자"라고 비판했다. 2021년 9월에도 시 주석과 전화통화를 한 직후 시 주석을 겨냥해 "21세기에도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진심으로 믿는 독재자들(autocrats)이 많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블링컨 장관의 방중 성과를 보고받은 19일만 해도 미·중 관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우린 지금 올바른 길 위에 있다"면서 "일부 진전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다음날 바로 시주석을 독재자로 표현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블링컨 장관과 시 주석이 양국 간 경쟁이 갈등으로 치닫지 않도록 합의했지만 드물게도 미 국무 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응을 하지 않았지만 정찰풍선 사건 이후 미·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되돌리려는 양국의 노력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중 간 우발적 충돌을 막을 소통 창구를 복원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했으나 정찰풍선 사태 이후 차단된 양국 간 직통 군사통신을 재개하지는 못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