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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코인이란?
얼마전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를 만들어 전 세계적으로 2억명의 사용자를 모은 오픈AI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이 방한했다. 전세계 17개국을 방문하여 정책 입안자들과 만나는 ‘오픈AI 투어 2023’의 일환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주도하에 공식 간담회가 열렸으며, 이영 중기부 장관이 직접 샘 트먼과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국내 유명 ICT 기업, AI분야 벤처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샘 트먼은 AI 기술부터 규제까지 국내 AI 생태계에 많은 화두를 던졌다. 그는 오픈AI와 국내 반도체 기업들과의 협력, 국내 AI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 그리고 범지구적 AI 규제 마련을 위한 국제협력의 중요성을 설파했다.우리나라에 외국 기업 CEO 한명이 방문하는데 중기부 장관이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고, 대통령까지 면담하고 간 사례가 얼마나 자주 있었을까. 그만큼 챗GPT가 세상에 던진 충격파는 엄청나다. 유튜브에는 이미 챗GPT를 활용하여 업무를 자동화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이 많이 보인다. AI가 더 좋은 답을 내놓을 수 있게 좋은 명령어(프롬프트)를 입력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과 강의도 많이 나왔다.
챗GPT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가지각색이다. AI 덕분에 벌써 자신의 업무 생산성이 훨씬 올라갔다는 사람도 있는 반면, AI 때문에 자신이 평생에 걸쳐 일궈낸 직업과 전문성이 결국 쓸모 없어질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AI는 인간의 삶을 보편적으로 개선할까, 아니면 그것을 쓰는자가 못쓰는 자를 지배하는 새로운 계급 사회를 만들어낼까. 이에 대한 샘 올트먼의 생각이 오늘 칼럼의 주제와 연관되어 있다.
샘 올트먼은 대외적으로 주로 오픈AI의 창업자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월드코인’이라는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공동 창업자이기도 하다. 앞으로 AI 기술이 확산될수록 인터넷 공간에서 실제 인간과 AI를 구별하는 것이 어려워지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오브(Orb)라는 구 형태의 망막 스캐너에 사람이 눈을 갖다대면 홍채 정보가 저장된다. 이 정보는 인터넷 상에서 자신이 실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는데 사용된다. 현재 이 오브에 자신의 홍채를 스캔하여 개인 지갑을 만든 사람에게는 무료로 암호화폐(월드코인)이 지급된다. 이 코인은 추후 인공지능 시대에 AI로 줄어들 일자리 손실을 상쇄하는 ‘보편적 기본소득’으로 쓰이게 된다고 한다.
순진한 사업모델
이제 AI가 시를 짓고, 노래 가사를 만들고, 예술적인 그림까지 그리는 세상이다. 이미 챗GPT를 활용해 수십개의 글과 영상을 공장처럼 찍어내 네이버 블로그와 유튜브에 올려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다. 인터넷에선 이론적으로 가짜 계정이 무한대로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정말 어떤 창작물의 주인공이 사람인지 AI인지 구별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질 수 있다.그러나 정말 홍채 정보 하나만으로 전세계 모든 사람들의 신원을 인증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지문보다 더 고유 패턴이 다양한 것으로 알려진 홍채 인식이지만 여전히 복사될 가능성은 존재한다. 2014년 독일의 한 해커 단체는 구글에서 검색한 고화질 사진과 3D 프린팅 기술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홍채를 복제해 공개한 바 있다. 2017년 또다른 해커 단체는 삼성전자의 레이저 프린터로 뽑은 눈동자 사진과 콘택트 렌즈 만으로 간단히 홍채인식 보안을 뚫는 1분 16초 짜리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며 홍채 인식 보안이 얼마나 뚫기 쉬웠는지 직접 시연해 보였다.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도 제기된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전세계 14개국에서 월드코인 초기 온보딩 참가자들을 인터뷰 했는데, 그 결과 참가자들이 정보 제공에 동의했다고 인지하는 수준을 넘어 더 많은 개인 정보가 취합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유럽연합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을 위반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EU 의 GDPR은 매우 엄격해 위반시 막대한 배상금을 부과하고 있는데, 월드코인은 이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한채 그저 별 일 아니라고 둘러대는 중이다.
중국에서는 이미 홍채 정보 암시장이 형성됐다고 한다. 불법적인 방법으로 월드코인을 모으려는 세력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들은 캄보디아, 케냐같은 개도국 들에서 불법적으로 사람들의 홍채 정보를 모아서 공짜 월드코인을 받는데 쓴다. 이쯤 되면 모든 사람들에게 생체 인식을 통한 신분증을 발급한다는 월드코인의 사업모델이 얼마나 순진한 생각인지 알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취합하고 그것을 관리하며 신분증을 발급해 주는 일은 정부가 한다. 국민 개개인의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엄청난 권력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UN에 가입된 전세계 195개의 정부가 모두 이 일을 잘 하고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세계는 막대한 권력을 지닌 정부라는 주체가 그나마 195개로 분열되어 있기 때문에 역사상 최고의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누리고 있다. 정부의 권력이 지나치게 커지면 어떤일이 발생하는지는 이미 나치즘과 구소련의 붕괴가 증명했다. 단 하나의 기관이 전세계 모든 사람들의 생체정보를 취합하여 신분증을 발급, 관리하는 세상은 진보가 아니라 오히려 퇴보다.
오만한 착각
샘 올트만은 이번 방한 중 한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가 마련한 행사에서 "AI로 창출된 가치를 재분배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해 보편적 기본소득 개념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보편적 기본소득은 인간의 노동생산성을 높여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UBI는 인간의 노동생산성을 2~3배 높여줄 것"이라며 "인간에게 자유와 유연성을 주면 스트레스를 덜 받아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그러나 샘 올트먼의 월드코인이 선사할 보편적 기본소득의 개념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월드코인을 통한 보편적 기본소득은 사실상 개인의 개인정보와 홍채 정보를 담보로 주는 '보상'에 불과하다. 개인정보를 교환하는 형태의 기본소득이 아니라, 오직 실제 가치 창출에 기반을 둔 보편적 기본소득이 더 바람직하다.
이에 반해 비트코인은 그 자체가 이미 민주적인 가치 분배 효과를 제공한다. 비트코인의 가치는 오직 시장에서 발생하는 수요에 의해서만 오르며, 사람들은 그 가치를 정부나 권력기관의 영향에서 자유롭게 독립적으로 소유할 수 있다. 기본소득이란 개념은 공공재와 같이 모든 이들에게 균등하게 나눠질 수 있어야 하는데, 비트코인은 그러한 특성을 더욱 잘 만족시킨다. 또한 비트코인은 신원을 확인하거나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으므로, 개인의 프라이버시도 더욱 보장된다.
비트코인이 추구하는 원칙 중 하나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정성'이다. 이는 보편적 기본소득의 핵심 원리와도 부합한다. 기존의 금융 시스템에서 배제된 사람들에게도 비트코인은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며, 그들이 노력하여 창출한 부와 가치를 스스로 보호할 수 있게 도와준다.
결국, 보편적 기본소득의 진정한 의미는 사람들이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분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개인정보와 맞바꾸는 보상 형식의 월드코인이 아닌, 자유롭고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비트코인이 훨씬 더 잘 수행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샘 올트먼의 월드코인이 추구하는 보편적 기본소득은 오만한 착각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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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크립토 투자 앱 샌드뱅크(Sandbank)의 공동 창업자 겸 COO이자 "웹3.0 사용설명서"의 저자이다. 가상자산의 주류 금융시장 편입을 믿고 다양한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샌드뱅크를 만들었다. 국내에 올바르고 성숙한 가상자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종 매스컴에 출연하여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