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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조 배상 위기 벗어나 '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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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엘리엇과 5년간 벌인 투자자-국가 분쟁해결(ISDS)에서 약 69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정을 받았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을 추진할 당시 정부 인사가 국민연금에 찬성표를 종용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상황에서 엘리엇이 청구한 손해배상금(약 9917억원)의 약 7%만 배상하라는 결론이 나왔다는 점에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번 분쟁의 가장 큰 쟁점은 정부가 국민연금을 압박한 것이 ‘국민연금의 찬성표 행사→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성사→엘리엇 손실’로 이어졌느냐였다. 엘리엇 측이 주장한 이 같은 인과관계가 모두 입증되면 한국 정부의 대규모 손해배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반대로 정부의 압력과 무관하게 국민연금이 찬성 의견을 낼 계획이었거나, 국민연금이 반대했더라도 합병이 성사될 가능성이 충분했다는 내용 등이 인정되면 정부가 선방할 수 있다는 전망이 엇갈렸다.

지난해 4월 대법원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에게 각각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면서 엘리엇과의 중재 전망도 급격히 어두워졌다.

하지만 지난 1월 삼성물산 주주 72명이 엘리엇처럼 “정부의 위법 행위로 합병이 성사돼 손해를 봤다”며 국가에 약 9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엘리엇과의 분쟁이 마냥 불리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해당 판결을 한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2부는 “국민연금 투자위원회는 주식시장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합병이 무산됐을 때 기금 운용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독자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했다”며 “문 전 장관 등이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인정하나 이 같은 직권남용 행위와 주주들의 손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정부가 이번 소송전에서 예상보다 선방하면서 쟁점이 같은 메이슨캐피탈과의 ISDS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메이슨이 청구한 배상액은 2억달러(약 2570억원)다.

김진성/권용훈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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