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만 입는 요가복으로 여겨졌던 레깅스가 우리나라에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정장 대신 착용하는 출근용 바지로, 남성들의 운동복으로도 쓰임이 확대됐다. 애슬레저(운동하기에 적합하면서도 일상복으로 입기에도 편안한 옷차림) 유행 속 이러한 흐름은 운동복 브랜드 젝시믹스가 이끌었다는 평가다.
2016년 출시된 브랜드 젝시믹스는 ‘Y존 부각이 없는 레깅스’로 유명해졌다. 신체의 굴곡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기능성에 집중했던 기존 레깅스와 달리 기능성과 체형보정을 모두 챙긴 덕분이다. 이수연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각자대표(사진)는 젝시믹스 브랜드 론칭 초반 디자인팀장을 맡으면서 ‘레깅스는 몸매 부각이 심해 입기에 민망하다’는 고객들의 불편사항을 해결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는 레깅스 사타구니 부분에 원단을 한 겹 더 대어 해당 부분이 부각되지 않도록 했고, 허리를 접을 때 복부에서 원단이 말리지 않도록 허리선을 설계했다. 원단은 속옷이 도드라지지 않는 소재를 사용했다. 이수연 대표는 “웹디자이너로서 의류 쇼핑몰을 운영해 본 경험, 다양한 운동을 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불편함을 개선한 결과 젝시믹스의 충성고객을 단시간에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젝시믹스가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었던 또다른 이유는 초반에 소비자직거래(D2C) 전략을 택한 덕이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았던 시절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은 오픈마켓 입점이 아닌 자사몰 육성을 선택했다. D2C 전략으로 절약한 유통 마진은 연구개발(R&D)에 투자해서 가격을 낮췄다. 나이키나 아디다스의 레깅스가 한 장에 5만원이 넘던 시절 젝시믹스는 3만원 이하로 제품 가격을 책정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젝시믹스에 따르면 현재 젝시믹스 자사몰 판매 비중은 90% 이상, 재구매율은 80%가 넘는다.
젝시믹스는 2020년 남성용 운동복을 시작으로 2021년에는 속옷, 지난해에는 골프와 유아동복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하며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2021년 론칭한 프리미엄 라인 ‘블랙라벨’은 개인의 운동습관과 강도에 따라 제품을 세분화해 해외에서도 인기다.
국내에서 입지를 다진 젝시믹스는 올해부터 아시아 지역에서 새 먹거리를 찾을 예정이다. 아시아 지역은 우리나라와 체형이 비슷해 제품 개발이 비교적 수월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이수연 대표는 “중국에서는 인플루언서들이 애슬레저룩을 즐겨입으면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관련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며 “늘어나는 물류비를 고려해 한국 이외에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생산기지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유럽이나 북미는 체형이 다르기 때문에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고 아직 그 시장에서 룰루레몬에 대항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젝시믹스 브랜드는 2020년에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이후 2021년 1453억원, 2022년 1942억원으로 매출이 점차 늘고 있다. 모회사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도 2020년 8월에 상장한 이후 2020년 1385억원 2021년 1659억원 지난해 2127억원으로 연매출이 증가하는 추세다.
최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네일 사업과 헬스 앱 사업을 매각함으로써 패션 사업에 집중하는 것으로 경영 전략을 선회했다”며 “중국에서 흥행중인 룰루레몬과 유사한 패션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으면서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에서 판매하고 있기에 중국 사업을 기대할 만하다”고 분석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