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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해외투자 운용역들 '가랑이 찢어지는' 이유 [연금개혁 파헤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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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해외투자 자산이 3년만에 200조원 가량 불어나는 동안 관련 인력 증원은 50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가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제시한 증원 목표(200명)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셈이다. 극심한 인력난 속에 운용역 1명이 굴리는 해외 자산 규모는 2조원을 넘어섰다.
○계획만 세워놓고...인력 확보 100명 미달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내 해외투자 전문인력은 204명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이 2020년 수익률 제고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발표한 '해외투자 종합계획: 2020~2024)에서 제시한 목표치(312명)보다 100명 이상 적은 수치다.

해외투자 종합계획은 정부가 기금운용 1000조원 시대를 준비해 향후 10년 간의 투자 방향을 담아 마련한 전략이었다. 국민연금 보험료 수입이 급여 지출액보다 많아 유동성이 풍부한 2029년까지 최대한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역사적으로 국내 투자에 비해 수익률이 높은 해외 자산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늘어난 투자액에 맞춰 전문 인력도 대폭 보강하겠다는 것이 계획의 골자다.

당시 보건복지부가 낸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간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평균 수익률은 10.06%로 같은 기간 국내투자 수익률(3.69%)를 큰 폭으로 상회했다. 전체 운용 자산의 30%대에 그치는 해외투자 비중을 2024년까지 50%이상으로 높여 포트폴리오의 구성을 바꾸면 자연스럽게 수익률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당시 정부의 판단이다.

늘어나는 해외투자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대규모 인력 보강 계획도 세웠다. 2020년 기준 149명인 해외투자 전문인력을 2023년 312명, 2024년엔 349명까지 총 200명을 늘리기로 했다. 이 가운데 160명을 뉴욕, 런던, 싱가포르 등에 있는 해외 사무소에 투입해 현지 투자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투자 결정 권한이 없어 적기 투자에 어려움이 있던 현지 사무소를 그 지역 투자의 모든 과정을 담당하는 '거점'으로 키운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당시 인력 확충에 따른 비용은 4년간 1137억원이 드는 반면 편익은 최대 1조746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현지 투자 인력이 늘면서 거액의 수수료를 물어야 하는 해외증권 위탁 비중을 낮출 수 있고, 투자 적기를 놓쳐 얻는 잠재적 손실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해외투자 종합계획의 이행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금운용본부 내 우수한 인력을 확충하고 해외사무소 기능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원 못 채우면 예산 못 준다는 기재부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현실은 계획과는 정 반대다. 160명 늘리겠다던 해외사무소 정원은 2020년 41명에서 현재 58명으로 17명 늘었다. 목표 달성률이 10% 수준인 셈이다. 해외투자 종합계획에 따르면 올해 해외사무소 내 해외투자 전문인력은 158명, 내년엔 201명이 돼야했다. 그마저도 정원을 채우지 못해 현재 해외사무소에서 근무 중인 인력은 45명에 불과하다.

인력 확충은 안되는데 해외투자 규모는 예정대로 늘어났다. 2019년말 256조8000억원이었던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규모는 올해 3월 기준 450조원으로 200조원 가까이 늘었다. 당시 1조9000억원 수준이었던 인당 운용자산 규모는 2조2000억원으로 계획을 세운 이후 오히려 악화됐다. 지난해 퇴임한 안효준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이 임기중 공식 회의에서 "가랑이 찢어지게 투자해도 힘들다"고 토로한 배경이다.

국민연금과 유사한 해외 연기금인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와 네덜란드 공적연금(ABP)의 1인당 운용 자산은 각각 2600억원과 6500억원이다. 최근 10년 간 CPPIB의 평균 수익률은 10%, 국민연금은 4.7%에 불과했다.

해외투자 종합계획은 공공기관 인력과 예산을 좌우하는 기재부도 참여하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만장일치 찬성으로 의결된 사안이다. 이처럼 기재부도 합의했던 계획이 실패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복지부는 연 50명 수준의 해외 투자 인력 증원을 포함해 매년 100명 가량의 인력 충원을 요청했지만 기재부는 실제 인력 확충은 절반 이하로 이뤄져왔다. 2020년 301명이던 기금운용직 정원은 2021년 341명, 2022년 380명으로 늘었지만 올해는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구조조정 기조 속에 동결됐다. 비용이 많이 드는 해외사무소 정원은 계획 발표 첫해만 58명으로 늘린 뒤 코로나19 대유행 등이 겹치며 2년 연속 1명도 늘지 않았다.

기재부가 운용역 정원을 계획만큼 늘려주지 않는 이유는 국민연금이 현재 있는 정원조차 채우지 못할 정도로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운용역 수는 약 320명 수준으로 380명인 정원에 비해 20% 가량 모자라다. 매년 3~4차례 사람을 뽑고 있지만 국민연금이 전북 전주로 이전한 2017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30명 가량이 퇴사하는 등 인력 유출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원율이 매년 10~20%대를 유지할 정도로 충원이 안되는데 인력 확충을 해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 기재부의 생각이다.

전문가들은 해외·대체투자 조직의 서울 이전과 해외 사무소 확충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보고 있다. 한 때 국내 금융맨들 사이에서 '몸값'을 단기간에 올려주는 인기 직장으로 꼽히며 내로라하는 인재들이 몰려들었던 국민연금이 정원도 채우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한 것은 전주 이전이 결정적이었다는 것이 상당수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국민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우수 인력을 유치하려면 ‘지역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며 "대체투자 분야만큼은 서울사무소를 설치해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 해외 현지 사무소 중심으로 인력을 늘려 지역적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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