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지 (회사를) 뛰쳐나갈 준비를 하기 바랍니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62·사진)이 신한은행장으로 재직하던 2020년, 신입 행원 환영식에서 한 말이다. 어렵게 취업에 성공한 청년들을 모아 놓고 격려와 환영을 해줘도 모자랄 판에 주변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한 이 발언은 ‘최고로 발돋움하기 위해 노력하고 도전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나왔다. 좋은 직장으로 옮기려면 우선 지금의 직장에서 최고로 인정받을 만큼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신한금융 내부에선 진 회장의 이 발언이 그가 금융인으로서 지내온 과거의 여정과 성취를 가장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82년 설립된 신생 민간은행인 신한은행을 40여 년 만에 국민은행과 1등을 다투는 ‘리딩뱅크’로 만드는 과정에서 수많은 도전에 앞장서온 인물이 진 회장이기 때문이다.
진 회장의 삶 자체가 역경을 극복하기 위한 도전의 연속이었다. 진 회장은 전북 임실 출신으로 덕수상고를 졸업하자마자 은행원이 됐다. 진 회장이 ‘고졸신화의 산증인’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스무 살’ 진옥동이 1980년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곳은 중소기업은행(현 기업은행)이었다. 1986년 진 회장은 국책은행으로서 안정적인 중소기업은행을 떠나 창립된 지 4년밖에 되지 않은 신한은행으로 옮겼다. 진 회장은 당시 신한은행에 대해 “전국에 지점이 40여 개에 불과한 작은 은행으로, 꿈을 펼치지도 못하고 사라질지 모르는 불안감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진 회장은 금융업계에서 대표적인 ‘일본통’으로 불린다. 신한맨으로 근무한 지난 37년 중 절반에 가까운 18년을 일본에서 일했다. 그는 2004년 신한은행과 재일상공인이 출자해 일본에 세운 기업재생전문회사 SH캐피탈 사장으로 부임했다. 진 회장이 회사를 이끈 결과 SH캐피탈은 설립 2년 만인 2005년 배당을 실시했을 만큼 기록적인 성장을 이뤘다.
진 회장은 또 일본에 지점만 보유하고 있던 신한은행이 현지법인 SBJ를 설립해 2009년 일본 정부로부터 정식 은행업 라이선스(자격)를 얻도록 이끌었다. 외국계 은행이 현지법인 라이선스를 받아낸 사례는 SBJ와 미국 씨티은행 두 곳뿐이다. 진 회장은 2011년 다시 SH캐피탈 사장으로 일하다가 2014년 1월 SBJ 법인장을 맡았고, 2015년 6월엔 SBJ 대표이사 겸 사장으로 승진했다. 올해 3월 신한금융 회장에 오른 진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금융 혁신을 이끌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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