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디지털화는 기업 간 경쟁 구도를 매우 복잡하게 만들고 있고 미·중 기술패권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자국 산업 보호와 보호무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재편을 촉진하고 있다. 특히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반의 경쟁 구도 심화는 산업 생태계의 전반적 재구축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왜냐하면 시장에서의 기업 경쟁우위는 특정 기업의 기술력과 자본력보다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기업군, 즉 공급사슬 전체의 경쟁력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별 기업들은 자신의 이익에도 적극적이면서 전체 비즈니스 생태계의 건강성과 역량 증진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존의 수직적 산업 생태계에서는 동반성장이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시혜적 지원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많았다. 하지만 기술과 창의성을 가진 기업들을 중심으로 수평적인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는 지금은 동반성장이 대기업의 비용 혹은 부채가 아니라 기업의 성장을 위한 핵심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효과적인 동반성장 노력을 위해서는 문화적 변화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동반성장이 디지털 변혁과 ESG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성장 전략이라는 인식이다. 기업들이 자신의 성장을 위해 핵심 파트너들을 선정하고 이들의 역량을 높여 지속가능한 성장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역량 있고 혁신적인 파트너가 많이 있어야 생태계가 풍부해지고 혁신의 기회가 많아져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
두 번째는 최고경영자들의 동반성장에 대한 철학과 지속적인 실천 의지다. 단기 성과 달성을 위한 약탈적 가격 책정이나 기술 탈취와 같은 행위를 제어하는 것은 최고경영자들의 동반성장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이런 철학이 내재화된 기업이념, 비전, 가치체계, 기업문화다.
세 번째는 중소기업 스스로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노력이다. 대기업의 지원이 많더라도 중소기업 스스로가 노력하지 않으면 효과적인 동반성장 결과를 만들어낼 수 없다. 중소기업 스스로가 핵심 역량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보다 투명하고 윤리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 힘써야 기업 간 신뢰가 형성되고 건강한 관계가 만들어진다.
국내 기업들도 오랜 시간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이라는 기치 아래 다양한 협력관계 구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자발적 상생협력 차원에서 보면 아직은 초기 단계다. 최근에 시작된 납품단가 연동제나 ESG 혁신과 관련해서는 자발적 상생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반성장 노력은 혁신적, 효과적인 산업 생태계 재구축 방법이다.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통해 혁신적인 중소기업들이 육성되고 경쟁력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진다면 지속가능한 미래 성장의 발판이 구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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