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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사건에 사활 걸어라" 초비상…떨고 있는 기업들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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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불법파업에 참여한 노동조합원에게 기업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는 조합원 개인별로 책임을 따져야 한다는 대법원 선고(현대차 사건)가 나오면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쟁점 조항(3조)이 일부 도입된 셈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재 대법원에는 노란봉투법의 쟁점 조항을 두고 계류 중인 사건이 하나 더 남아 있어 관심을 끈다.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지를 두고 진행 중인 'HD현대중공업(구 현대중공업) 사건'이 그것이다. 사법부가 이번 현대차 사건에 이어 현대중공업 사건까지 노조 측의 손을 들어줄 경우, 사실상 노란봉투법이 대부분 입법화 되는 셈이라 경영계도 비상이 걸렸다.
HD현대중공업도 패소하면...노란봉투법 사실상 전면 도입
노조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은 당초 불법 파업 등을 저지른 노조와 조합원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하지만 법안 수정 과정에서 원청을 상대로 한 하청 노조의 교섭권을 확대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노조법 개정안 2조는 노조의 단체교섭 상대방인 '사용자'를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경우 하청 노조는 자신과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없더라도 원청 사업주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원청이 이를 거부할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형사 처벌까지 받게 된다.

원청을 상대로 한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 이슈는, 지난 2021년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하청) 소속 택배기사들로 이뤄진 택배노조가 원청 격인 CJ대한통운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면서 세간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택배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CJ대한통운이 교섭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승소 판정을 받으면서 경영계에 큰 충격을 던져줬다. 중노위는 현행 노조법에 따라도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이다.

이후 CJ대한통운이 중노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CJ대한통운이 1심에서 패소한 채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 판결은 노란봉투법 입법 시도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경영계 "현대중 판결에 사활 걸어야"
같은 쟁점을 두고 현재 대법원에서 계류 중인 HD현대중공업 사건이 관심을 끌고 있다. 대법원에서 노조 측이 승소할 경우, 우리나라의 교섭 방식이나 관행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HD현대중공업 사내하청 근로자들로 이뤄진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지난 2018년 4월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단체교섭청구의소'를 제기했다. 하청업체 근로자들로 이뤄진 하청 노조가 원청인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다가 거부당하자 낸 소송이다. HD현대중공업이 실질적으로 자신들의 근로조건을 지배 결정할 수 있으므로 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1, 2심에서는 회사가 승소했다. 사내하청업체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등 실질적인 독립성을 갖추고 있고, 하청에 공사대금을 지급하는 걸 두고 하청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에 대한 지배결정권을 행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였다.

1, 2심 진행 당시만 해도 이 사건이 이처럼 중요한 사안으로 번질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이 완전히 변했다. '현대중공업 사건'도 현대차 사건에 이어 올해 안에 선고될 예정이다.

현대차 판결에 이어 노조 측이 승소하게 될 경우 사실상 노조법 개정안 2조·3조의 핵심 쟁점 조항이 국회도 아닌 대법원에서 결론 나게 되는 셈이다. 노란봉투법이 통과되지 않아도 노조법이 개정되는 효과가 예상된다.

이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검토 중인 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도 무의미해지게 된다. 공수가 교대되면서, 경영계가 되레 노조법 개정을 요구해야 할 판이다.

특히 HD현대중공업 판결의 경우 회사가 패소할 경우 이번 현대차 판결보다 파급효가 훨씬 클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원청이 2차, 3차 하청에 속한 수십, 수백개의 노조와 일일이 교섭을 하게 되면서 교섭 방식과 관행을 완전히 뒤집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게다가 교섭권이 있다면 쟁의권도 갖게 된다. 하청노조가 하청이 아닌 원청 사업장에서 파업 등 쟁의행위를 벌이는 것도 가능해진다. 일각에서는 "회사가 교섭과 파업 대응만 하다가 끝날 것"이라는 하소연도 나온다.

경영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본의 아니게 '노조법 수호'의 최전선에 서게 된 현대중공업은 1, 2심 승소를 이끈 법무법인 태평양에 추가로 김앤장 법률사무소까지 선임하면서 총력 대응에 나섰다. 이번 현대차 사건이 사측의 패소로 끝나면서 현대중공업 사건도 같은 결과를 맞이하게 될지를 두고 모든 관심이 쏠리는 모양새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원의 진보적 판결을 주도하고 있는 김명수 대법관이 임기 100여일 남긴 상황에서 HD현대중공업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가져갈지, 현대차 사건처럼 소부에서 판단해 버릴지도 초미의 관심사"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사건의 주심은 오경미 대법관으로, 일각에서는 진보 성향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곽용희/민경진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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